국내 만화 산업 뿌리 흔든 양날의 검 '웹툰'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웹툰의 발자취
웹툰의 발자취

대한민국 만화산업은 웹툰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웹툰은 국내 만화 환경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만화의 생산과 유통 구조를 혁신해 창작자 저변을 넓히고 시장 자체를 확대했지만, 기존 만화 시장을 붕괴시키고 창작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잡지와 스포츠신문 연재나 단행본 등의 형식으로 서점과 대여점에서 유통되던 만화는 2000년대 초반 웹툰이 등장하면서 급속히 디지털화되기 시작했다.

네이버·다음·야후 등 주요 포털이 웹툰을 서비스하고, 인터넷 세대의 감성과 일상에 호소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지면서 웹툰은 단숨에 만화시장의 중심에 섰다.

웹툰은 누구나 만화를 그리고 독자를 얻어 소통할 수 있게 하면서 만화 생산과 소비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네티즌의 공감을 일으키는 일상 생활에서 발랄한 상상력의 판타지까지 광범위한 소재가 다뤄지면서 창작의 지평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는 콘텐츠며, 이는 웹툰의 폭발적 성장을 불러왔다.

광범위한 독자층에 다가설 수 있는 풍부한 소재와 다채로운 스토리, 모니터 스크린에 맞는 새로운 연출법은 기존 만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웹툰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제 웹툰은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갖는 차세대 한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기존 만화 창작 질서를 무너뜨리고, 만화가에게 제대로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허영만 작가가 “포털 때문에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이 생겼다. 포털은 작가를 정당하게 대우하고 있지 않다”고 외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문, 잡지, 대여소 등 기존 유통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포털의 `간택`과 `원고료`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는 문하생을 두고 화실을 운영하는 전통적 방식의 만화 창작자는 기본적 재생산도 힘들 정도라는 호소다. 데뷔가 쉬워진 만큼 실력과 내공을 쌓은 작가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절한 보상을 통해 창작의 선순환을 일으키기 위한 고민도 한창이다. 창작자가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자가 구매하는 카카오페이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완결 작품 다시 보기와 광고 연계 등으로 창작자를 지원한다. 고품질 만화에 부분유료화를 접목한 레진코믹스도 주목할 만하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