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혁명이 시작되고 나서 인기를 끌던 PC기반 기존 웹서비스는 일종의 단절현상을 겪게 된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하게 겪는데 오랫동안 특정 운용체계(OS) 및 웹브라우저에 종속적인 기술개발을 해 온 탓이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우리의 웹서비스를 갈라파고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스마트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동일 PC에서 다양한 웹브라우저의 사용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절현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바로 HTML 기반 위지위그(WYSIWYG) 웹 에디터다. 웹기반 에디터는 대체로 오픈소스 형태로 보급되고 있다. PC기반 웹 개발이 정점을 찍을 무렵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웹솔루션은 웹기반 에디터를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다음, 네이버 등 우리 대표 IT기업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웹기반 에디터를 개발해 외국 제품들과 경쟁해왔다.
초기 스마트폰은 인터넷 사용 환경을 PC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하지 못했다. 하드웨어 성능 한계와 웹 경험의 부족 때문이다. 웹 에디터를 지원하지 않는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스마트폰 용도가 초기에는 웹 조회 수준에 머물러서다. 아이폰도 초기 모델은 웹기반 에디터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고, 기존 웹서비스에서 글을 편집할 수 없는 점이 지적되자 아이폰은 OS 기능개선을 통해 구형 아이폰까지 웹기반 에디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안드로이폰 진영에서는 수 차례 새 OS를 발표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주요 스마트폰이 웹기반 에디터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한계 때문은 아닌 듯하다. 초기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요즘 것에 비하면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하고 구형 OS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웹기반 에디터가 지원된다. 또 안드로이드용 웹브라우저의 일종인 오페라 클래식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OS 버전에서 웹기반 에디터를 잘 지원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안드로이드 기본 웹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앱 개발환경의 웹 뷰 부분이다. 이 문제로 많은 웹솔루션들이 기본 문서양식을 HTML에서 텍스트 기반으로 되레 기술 수준을 낮추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웹기반 에디터가 다소 무겁기 때문에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기본적으로 웹기반 에디터를 지원하도록 하고 각 웹 서비스에서 웹기반 에디터 채택 여부를 해당 웹 서비스 주체 몫으로 남기는 것이 더 바람직한 해법이다.
최근 해외 언론까지 앞다퉈 국내 기업의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스마트폰이 아이폰에 비해 웹 경험에서 약하다는 평가 글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외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국내 기업 제품을 직접 거론하며 특정 웹에디터를 지원하지 않는 불편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에서 웹기반 에디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수많은 개발자의 불편을 감소시키고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휴대폰 제조사가 스스로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 못지 않게 다른 개발자들이 쉽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이는 스마트 혁명의 근간인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전략에도 들어맞는다.
우리나라 기업이 하드웨어 성능 경쟁뿐 아니라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의 현안 문제를 경쟁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영렬 케이시크 사장 summerb@ks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