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다`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부처에서 내놓는 다국적기업 관련 보도자료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 또는 국산화의 대상으로 요약된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대한민국 산업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뀌었지만, 정책 입안자들의 시각은 제자리걸음이다.
외자를 유치하는 정책 부서에서는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들어올 때 투자하는 규모와 횟수만을 따진다.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실적이다. 한 기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각종 세금 감면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는 달러 한 푼이 아쉬웠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시각일 뿐이다. 과연 다국적기업들이 세금 면제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직 비즈니스만을 따진다. 장담컨대 시장성만 있다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온다. 외자 유치가 필요하나 외자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산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외산에 의존하는 품목들을 조사해 이를 국산화하는 데 집중한다. 국산화는 산업이 형성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상 과제였다. 국산화 전에는 폭리를 취하던 글로벌 기업들도 국산화되는 순간 가격을 대폭 내리는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외국산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해서라도 더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서도 이런 시각은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 균형이다. 이는 외산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소재의 정보를 파악해 국산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다.
소재 수요처라고 할 수 있는 전자·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다. 소재 국산화도 중요한 과제지만 글로벌 기업과 이노베이션을 통해 파이 전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산업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제는 우리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에 관한 정책과 시각도 `숲`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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