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다섯장 중 한장이 발급 받고도 1년 이상 쓰지 않는 휴면카드로 나타났다. 휴면카드 발급에 낭비되는 돈만 5000억원에 달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년 이내 이용 실적이 없는 휴면 신용카드 수는 2357만장로 전체 신용카드 수(1억1534만장)의 20.4% 수준이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15만5000장, 0.6%포인트 줄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의 휴면카드 일제 정비 때문에 발생한 `반짝 효과`라는 지적이다.
휴면카드는 지난 2010년 말 3129만장까지 늘었다가 2011년 하락세로 반전한 뒤 올해 초 금감원의 휴면카드 일제 정비 요청 등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휴면카드 수는 더 이상 줄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휴면카드 보유수가 많은 카드사는 신한카드(477만장), KB국민(308만장), 현대(290만장) 삼성(262만장), 롯데(214만장) 순이었다. 카드사 별 비중은 하나SK(29.0%), 현대(22.0%), 우리(21.5%)가 높고, 삼성(19.9%), 신한(17.6%)이 낮아 후발 카드사가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 휴면카드 수가 증가한 카드사는 KB국민(43만장), 롯데(15만장), 하나SK(+11만장) 등이다. 삼성과 신한은 각각 54만장, 51만장 감소했다.
금감원은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약관을 고쳐 휴면카드가 자동으로 해지되는 `자동해지제` 홍보를 강화키로 했다. 자동해지제는 회원의 명시적인 카드해지 신청이 없더라도 법규에서 정한 사전통지와 같은 절차를 밟아 최장 5개월이 지나면 카드 계약이 해지되는 제도다.
자동해지제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7월까지 4개월간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카드사가 휴면카드의 계약유지 여부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회원에게 휴면카드 발생 사실을 통보한 건수는 총 1156만장로 3월말 현재 대상회사 개인 휴면카드의 64.1%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 등에서 공시되는 카드사별 휴면카드 현황 공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분기 단위로 공시되는 것을 더 세밀화 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신용카드 휴면해지제 등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기존 휴면카드의 조기 감축과 앞으로 휴면카드의 신규 발생 억제 등 외형경쟁 위주의 시장구조가 건전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드사의 불건전 영업 행위 방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카드사가 쿠폰과 금품 제공 등 과도한 마케팅 수단을 내세워 고객 카드해지를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에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 후발 카드사일수록 휴면카드 비중이 높다”며 “휴면 카드는 카드사가 소모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다가 발생하는 부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 해지 절차 진행 과정에서 카드사 불건전한 영업 행위가 일부 지속되고 있어, 현장 점검과 단속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 카드사별 휴면카드 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