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소재부품산업이 `창조경제` 핵심 역할 해야

[소재부품칼럼]소재부품산업이 `창조경제` 핵심 역할 해야

저조한 경제 성장률,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정체, 취업난 등 대한민국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화두가 바로 창조경제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키우고, 선도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더 많아져야 한다. 여기에 소재부품 산업보다 적합한 곳이 있을까.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 수준을 맞출 수 있는 기술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 개발은 고객사에 지금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장을 주도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창의력 넘치는 인력이 필요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 3M은 `프로덕트 챔피언`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원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3M이 매년 1000여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소재부품 기업은 이런 혁신을 시도할 여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손 놓고 있으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어렵다. 기본 기술은 여러 회사가 힘을 합쳐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성과물을 함께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책 연구소나 대학교를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별 기업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

정부도 적절한 정책으로 소재부품 기업을 지원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기업들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강압적인 방법이나 지원 자금 등 당근을 내거는 것보다는 수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두 가지 성공사례만 나와도 뒤따를 기업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요즘 히든 챔피언이나 강소 기업이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소재부품 업체가 글로벌 중견기업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기술 특성이나 시장 특성에 맞춰 미래의 회사 규모를 설정해야 한다. 독일 보시처럼 자기 분야 핵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도 좋지만, 일본 하드락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기업도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신념과 경영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CEO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경영해야 한다. 적절한 전략적 판단도 중요하다.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인수합병(M&A)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는 게 더 좋다.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은 항상 유능한 인재에 목마르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활약하도록 하려면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권한을 주고, 성과를 공유하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기술에 관심 있는 인재들이 뜻을 펼치기에 소재부품 산업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좋은 터전만 마련해 준다면 대기업으로 발길을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다.

필자는 많은 소재부품 업체 CEO와 만났다. 우리 소재부품 기업이 정말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우리 경제의 뿌리를 튼튼히 할 기반 산업으로 재도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소재부품 기업의 땀과 희생, 그리고 탁월한 능력이 밑바탕이 되어 왔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도 큰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온 소재부품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즐길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정말 즐거운 순간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온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의훈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uehunl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