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SA의 정보 수집 유감` 성명 발표에도 브라질 "불충분"

미국의 기밀 정보수집 행위로 초래된 미국-브라질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루이스 알베르토 피게이레도 브라질 외교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백악관이 브라질과 관계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13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브라질 정부 정보수집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백악관은 NSA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내용을 훔쳐 보고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네트워크를 감시한 데 대한 브라질 정부의 반발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로 인해 조성된 양국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브라질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라이스 보좌관은 “언론이 NSA의 활동을 지나치게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수집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브라질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해명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외교적인 수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브라질의 유명 정치 블로거는 “백악관의 성명은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정치권의 최고 실력자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호세프 대통령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미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미국이 과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새 글로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게이레도 장관은 워싱턴에 머물며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추가 협의를 할 예정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개막연설을 통해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호세프 대통령은 오는 23~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 1947년 이래 관례에 따라 유엔 총회 개막연설을 한다.

양국의 갈등은 내달 23일로 예정된 호세프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 1일 브라질 글로보TV에 출연, NSA가 호세프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기록 등을 열람했다고 폭로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파일을 받아 NSA의 정보수집 행위를 최초 보도한 인물이다. 글로보TV는 지난 8일 그린월드 기자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NSA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구글 등의 네트워크도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