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IT서비스기업의 공공입찰 참여 제한이 시행됐다. 분리발주 활성화와 시스템통합(SI) 용역식 SW 개발을 지양하고 상용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하는 SW생태계법도 시행됐다. 공공 IT시장도 중견·중소SI, 중소 SW기업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전문화, 분업화됐다. 선진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맞춰 국내 SW 시장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
SW 생태계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주목할 만한 동향은 대형 IT 서비스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견·중소 SI기업과 SW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컨소시엄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끌어올려 당초의 품질 우려와는 반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상용 SW의 분리발주가 활성화돼 해당 SW가 정보화진흥원, 조달청 등을 통해 기술과 가격 합산 평가방법으로 이뤄지지만 개선할 점이 많다. 기술+가격 합산평가는 기술 변별력을 크게 낮춰 대부분 사업이 최저가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SI기업이 제안할 때보다 수익성이 10% 정도 좋아졌지만, 최저가 60% 입찰이나 자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여전히 열악한 형편이다. 상용 SW 전문업체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평가 시 가격을 배제하고 기술로만 100%로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가격은 최저가 하한선을 80%로 설정해 협상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품질저하의 원인인 최저가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상용 SW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해외 수출, 기업 성장, 우수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등 창조 경제의 실현은 요원하다.
또 정부는 무조건 SI 용역식 사업 개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GS품질인증을 획득한 상용 SW의 표준 스펙이나 기능을 발주자에게 제공하고, 발주자는 이를 참조해 상용 SW 표준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 비표준화 스펙은 지속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 상용 SW에 반영해야 한다.
조달청은 상용 SW의 공급단가체계를 정립, 기획재정부의 실제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발주자, 조달청의 협업으로 상용 SW를 도입하거나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문기술 시장과 전문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정부사업에서 상용 SW 도입을 SI 용역사업으로 발주하면 SW 분리발주가 명확해도 SI 통합 사업이 된다. 국가공연예술통합전산망구축, 국가정보자원 개방공유체계, 국가공간정보체계 등 전자정부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산절약이라는 이유로 ESB나 EAI 연계 미들웨어 상용 제품 등을 개발 스펙으로 명시하지만 실제로는 상용 SW를 도입한다.
백만 단위의 소스코드로 구성된 복잡한 기술인 EAI, ESB 제품 등을 용역으로 발주하는 것은 DBMS를 단시간 내 SI 용역으로 개발해 적용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업발주는 상당히 위험하고 예산만 낭비하게 되고 만다.
그러므로 용역식 SI 개발을 최소화하고 GS인증을 받은 상용 SW의 분리발주를 적극 확대, 활성화해야 한다. 100% 기술평가(최저가 80% 상향)로 경쟁체제를 도입, 제품 구입비와 개발비를 제 가격에 예산으로 반영해주는 `SW 창조경제 시장체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완성해야 한다.
조풍연 한국SW산업협회 발주문화개선위원장·메타빌드 대표 cpy@metabui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