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 수집 파동에 인터넷기업 브라질서 역풍

미국 정부의 스파이 행위로 미국 인터넷 기업이 브라질에서 유탄을 맞게 됐다. 로이터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인터넷 기업의 데이터 역외 이전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사진출처:위키피디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사진출처:위키피디아>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노동당은 이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서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브라질에서 서비스하는 인터넷 기업은 반드시 브라질 내에서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운영도 브라질 법에 따라 통제받는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포함해 어떤 기업도 예외는 없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는 “호세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미국의 스파이 행위에서 브라질 국민을 보호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달 말 예정된 UN총회에서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기업에겐 큰 변화가 되겠지만 브라질에서 사업하기 위해선 브라질 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은 브라질을 주요 감시국 중 하나로 분류했다. 최근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이메일을 훔쳐보고 도청까지 했다. 이 사실은 `반미 선봉장`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 브라질에 큰 충격을 줬다.

인터넷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법률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엄청난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신규 데이터센터 운영에 따른 비용 상승은 물론이고 글로벌 서비스를 겨냥한 업계 특성과도 맞지 않는다. 다른 국가도 브라질과 같은 요구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브라질을 포기할 수도 없다. 브라질이 속한 라틴아메리카는 엄청난 인구와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가진 매력적 시장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끼리 결속력도 높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는 “일단 브라질이 관련법을 제정하면 곧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며 “라틴아메리카와 브릭스 국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