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표기가 제각각이던 점자 카드 규격이 하나로 통일된다.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장애인 금융거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금융거래 카드 점자표기 표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시각 장애인용 점자카드는 각 금융사가 개별적으로 발급해 규격이 제각각이었다. 해당 점자카드에 은행명 등이 표기되지 않아 타 은행 ATM에서 돈을 찾는 일이 빈번해 수수료를 무는 일이 잦았다. 지갑에 꽂힌 많은 카드 중 필요한 특정 카드식별이 불가능하고 현금입출기, 신용카드 자판기 등에 카드 투입 시 투입 방향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또 시각 장애인이 온라인에서 전화로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주문할 때 카드 정보를 식별하지 못해 온라인 결제는 불가능했다.
협의회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사별로 제각각인 점자카드 규격을 통일해 모든 시각장애인이 촉감 하나로 카드를 인지할 수 있도록 공용화한 표준을 제정했다. 표준화 작업은 지난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각 카드사는 독자적인 점자카드를 일부 장애인에게만 제공했다. 이 때문에 금융정보 접근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우선 현금카드는 금융회사명을 한글, 영문 점자 한 줄로 표기하도록 통일했다. 표기 위치도 상단 우측 정렬로 표기하고, 자기 띠(MS)가 탑재됐으면 하단에 표기하도록 했다. 상단 표기형은 타블로이드 방식, 하단 표기형은 타공 방식을 사용하도록 했다.
신용·체크카드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카드보안코드, 카드 상품명을 넉 줄로 표기하도록 했다. 카드 전면부의 점자표기 가능영역 내에 표기하고, 타공방식으로 통일했다. 신용·체크와 현금 겸용카드는 중복 방지를 위해 현금카드 점자는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신용 겸용(하이브리드) 체크카드도 별도로 겸용 카드임을 점자로 표기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각장애인 수만 25만명을 넘어 전체 장애인의 10% 수준에 달한다”며 “점자카드 규격 통일은 금융기관이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에 대응하는 주요 난제 중 하나인 만큼 표준화 제정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공통규격의 카드 상용화와 연계해 장차법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후속 방안도 금융사들과 협의 중이다. 보안카드나 통장 점자화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통장 개설과 금융 상품 구매 시 친필 서명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표] 신용·체크카드 점자표기 표준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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