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Patent)`가 단순히 권리가 아닌 지식재산으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자 자산이 된 지 오래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전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특허가 지식재산을 넘어 기업의 사활과 미래를 결정짓는 기술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국제특허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볼 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적인 형평성마저 편향되는 경향이 있어 국내 기업이 국제특허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중소기업은 특허 기술이 독보적이어도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이 무효화 소송이나 판매금지 소송을 걸어온다면 제대로 싸움도 해보지 못한 채 공중 분해되기 십상이다. 1998년 음원 압축 기술인 MP3 기술을 개발한 국내 디지털캐스트사도 2001년 기술 특허를 출원했지만 특허 범위의 모호함과 경쟁기업들의 무효화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에 국내 특허가 소멸됐다. 이후 미국 텍사스 MP3테크놀로지사는 이 특허를 사들여 무려 3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글로벌 IT 기업의 경영의 한 축에는 `특허소송`이 자리하고 있다. 애플은 특허권 전문업체 디지튜드 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자신의 특허권 10여개를 양도했고, 다량의 특허권을 확보한 이 회사는 이 후 제조업체를 상대로 공격해 기술 사용료를 받아냈다. 애플은 현재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권리존속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허도 적극적으로 사들여, 자사의 특허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특허소송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특허권 소송 및 보호가 기업 경영전략의 한 축임을 방증한다.
최근에는 특허전쟁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도 점화될 조짐이다.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스마트폰에 설치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애드라떼, 캐쉬 슬라이드와 같은 CPI(Cost per Installation, 설치당 과금) 앱 광고시장이다. 2013년 국내 CPI 광고시장 규모는 400억원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 3월 나우마케팅이 CPI특허(무선 단말기용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통한 광고 시스템)를 획득하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대기업, 통신사, 포털기업, SNS회사까지 CPI 분야에 이미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시점에 CPI 특허권자인 나우마케팅과 특허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는 사업자체가 무산되거나 적지 않은 특허사용료나 소송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분석해보면, 1%의 특허가 90%의 수입을 창출하고, 5~10%의 핵심 사업을 보호하며, 10~70%는 라이선스와 판매 가능성을 보유하고, 나머지는 불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글로벌 IT기업이나 대기업의 자본과 정보력을 동원한 특허전쟁을 예상해 기업이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지켜내는 일에 매달려 정작 기업 경영이 경직되거나 체력이 고갈돼 스스로 제물이 될 필요는 없다.
특허를 출원하기에 앞서 특허 출원의 목적과 범위를 보다 선명하게 정의하고, 특허소송이 집중되는 분야를 미리 파악해 특허를 선점 출원해 두거나 크로스라이선싱 계약 등을 통해 적극적인 공수 전략을 펼쳐야 한다. 특허소송을 의미하는 특허전쟁은 지금도 도처에서 불길이 일어나 번지고 있다. 다만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에 따라 위험지대 또는 안전지대에 머무르게 될 뿐이다. 경쟁사나 생산이나 제조를 하지 않으면서도 특허만을 가지고 돈을 벌어들이는, 특허전문관리회사의 파상공세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한 기업이 되어야만 총성도 들리지 않고, 실체도 쉽게 파악하기 힘든 특허 그림자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김연수 디엔에이소프트 대표 bluepoet@dna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