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사양산업에 날개를 달자

이문열 소설 제목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에 빗대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취급했던 인쇄회로기판(PCB)과 섬유 분야가 그런 예에 속했다. 하지만 성장추세가 꺾여 쇠퇴할 것으로 여겨졌던 사양산업이 날개를 달고 새롭게 비상하고 있다.

[데스크라인] 사양산업에 날개를 달자

몇년 전까지마 해도 PCB는 더 이상 돈이 안 된다고 사양산업 취급을 당했다. 그 바람에 국내서 사업을 접은 기업도 꽤 많았다.

현재 PCB는 스마트폰 양적팽창에 힘입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결국 꿋꿋하게 PCB 한분야만 고집해 버텼던 기업들이 지금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구미에 있는 PCB 마이크로 드릴비트 재연마 기업 인스턴은 매년 100% 이상씩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PCB 관련 기업들까지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PCB산업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14%로 대만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성장속도는 더 빠르고 점유율 16%인 일본을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알려진 섬유산업 분야도 화려하게 부활 중이다. 봉제분야 전문기업인 명성텍스는 회사 설립 후 지난 20년간 단 한차례의 감원이나 역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기업으로 유명하다.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제품은 100% 수출하는 알짜기업이다.

성재섬유는 최근 산업 현장용 안전화 발바닥 보호 철판을 섬유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제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출유망품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섬유산업 성장은 숫자가 증명해 준다.

섬유산업의 심장 대구지역 섬유수출은 지난 2010년 이후 2년간 감소세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올 상반기 대구경북지역 130여 제직 및 염색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완만한 수출 회복세를 예상했다. 산업용 섬유수출도 2015년쯤 4억5000만 달러(2010년 1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있어서 가능했다. 고객주문에 단순 대응만 하던 프레스 기구물 제작에서 오히려 선행기술을 개발하고, 섬유를 고부가 IT 소재로 둔갑시킨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

섬유기업들은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R&D와 인재양성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한우물에 집중 투자해 결실을 맺었다.

사양산업의 재도약은 절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사양산업을 고부가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지원제도로 이어져야 한다.

창조경제는 기존에 없던 것에서 해답을 찾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때 우리 경제의 주춧돌이던 사양산업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창조산업이자 창조경제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