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一`자는 옆으로 드러누워 있고 아라비아 숫자 `1`은 똑바로 서 있다. 즉 하나는 수평이고 다른 하나는 수직이다. 똑같은 `하나`를 의미하지만 그 표현방법이 동양은 수평적으로 표시하고 서양은 수직으로 표현하고 있다.
`一`와 `1`의 이면에 숨어 있는 차이는 바로 동양과 서양의 차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양의 여유로움과 한가로움 속에서 펼치는 여백의 논리와 서양의 촉급함과 직선적, 단도직입적 사고 논리를 극명하게 대조시켜주는 전형적인 보기라고 볼 수 있다. 동양의 `一`자는 수평 직선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약간 굽어 있다. 그 말은 외형상으로는 똑바른 수평선처럼 되어 있지만 굽이굽이 돌아서 가거나 돌고 도는 원형적 사고논리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동양은 예로부터 “`천천히`가 아름답다”를 삶의 소중한 미덕으로 간주해왔다. 주변의 대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는 면이 `一`자 속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옆으로 천천히 쓰는 `一`자와는 달리 아라비아 `1`자에는 왠지 모르게 빨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 긋는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빨리빨리`가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광고도 빠름빠름을 강조하고 삶의 속도도 빠름만이 미덕으로 칭송되고 있다. 일도 더 빨리 처리해야 되고 효율과 능률복음만이 지향해야 될 유일한 가치관인 것처럼 세상이 너무 시끄럽게 흘러가고 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일생일대`의 가슴 뛰는 일인가? 아니면 `차일피일` 미루는 일인가? 나는 내 일에 끌리는가? 아니면 일에 끌려가고 있는지? 일에 끌리는 사람은 일에 미친 사람이고, 일에 끌려가는 사람은 일에 지친 사람이다. 미치면 행복해지고, 지치면 피곤해진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 일에 미쳐 있는가? 아니면 피곤한 일에 지쳐 있는가.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