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가 창의·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2015년까지 도시 인근에 첨단 산업단지 9곳을 지정한다. 노후한 산업단지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성역인 그린벨트까지 손을 대겠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매우 획기적인 조치다.
60년대 후반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산업단지는 70~80년대 경제 성장의 초석이다. 구로와 구미 공단이 대표적이다. 수출 제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는 수출 증대는 물론이고 고용창출과 지역 경제까지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컸다.
하지만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산업단지 입주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산업단지는 공동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첨단 기술 중심으로 구조 변경을 추진했다. 그래도 옛 굴뚝 이미지는 여전하다. 산업단지 규제도 엄격하다. 입주 이점이 적어지다보니 산업단지마다 활력을 잃었다.
정부는 파격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첨단 산업 단지를 수요가 많은 도시에 세우는 것도 그렇고, 그린벨트 해제는 물론이고 입주 업종, 용도, 용적률까지 각종 규제도 혁파한다. 사실상 산업단지를 완전히 새로 뜯어고치는 셈이다. 예상보다 더 나아간 방향에 산업계도 어리둥절할 정도다.
정부 구상대로 가면 산업단지는 창조경제 초석으로 손색이 없다. 창조경제 핵심 동력인 첨단 기술과 서비스 기업이 밀집하면 다양한 창의·융합 산업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산업단지는 경직된 규제로 인해 이런 융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웬만해선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규제는 산업단지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도시 첨단산업단지엔 지역 불균형 심화를, 규제 완화엔 이를 악용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일률적 지역 형평은 각 산업단지의 하향평준화만 불렀다. 규제 완화 악용도 달리 봐야 한다.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집을 태울 수 없는 일이다. 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 가장 빠른 길은 좋은 기업이 많이 몰리는 것이다. 관련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입주 기업 직원들의 삶과 밀접한 생태계까지 조성한다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