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은 먼지봉투가 필요없는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창조산업의 지원으로 한층 진화한 `다이슨의 후예`들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철학을 더했다.
이달 20일 세계 최초 공정거래 스마트폰 `페어폰`을 출시한 영국의 디자인벤처 콰미콥(Kwamecorp)는 약 3600개에 이르는 부품 생산부터 에너지효율까지 `착한 소비자`를 고려했다. 페어폰은 2년 전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친환경 스마트폰을 만들자는 사회적기업 운동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하는 노동자의 삶의 질은 물론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나 에너지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콰미 페레이라 대표는 “페어폰은 최신 스마트폰처럼 앞선 기능을 강조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다”며 “유기농 제품과 스토리텔링이 담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페레이라 대표는 “디지털 기술은 사람을 더 가까이 하는 데 기여해야한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콰미콥은 직원 80여명의 작은 회사지만,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스피커, 헤드폰 등 전자제품 개발을 비롯해 디지털 앱, 인터넷 서비스제작, 스타트업 투자까지 아우른다. 삼성전자도 이들의 고객이다. 회사 인력의 대부분은 런던에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뉴욕도 지사가 있다. 인력의 80%는 디자인이 주 기반이고, 나머지 20%는 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 분야에 특화됐다.
콰미콥은 내년 초 모듈화가 자유로운 신개념 스마트와치 출시를 앞뒀다. 사용자가 마음대로 팔찌 참(charm) 장식처럼 기능을 이었다 붙었다 할 수 있다. 콰미 대표는 “작은 회사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혁신하는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우면서 실용적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직원 누구나 민주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으며,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합니다.”
콰미콥의 독특한 모델은 창업자인 콰미 대표의 이력과도 닮았다. 그는 영어, 독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5개국어에 능통하다. 독일에서 순수예술과 미디어아트를 전공했고, MIT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증강현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콰미콥을 창업한 2010년 직전까지 본인이 직접 음악과 지식재산권 분야 투자가이자 디자인, 엔지니어링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콰미 대표는 현재 투자할만한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한국에 있는 벤처투자가를 네트워크로 둔 덕분이다. 그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회사를 만나고 싶다”며 “카카오톡의 스티커처럼 독특한 성공문화를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런던(영국)=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