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31>강의는 한 판의 춤이다!

유난히 무덥고 긴 여름도 이제는 꼬리를 감추고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의 전령사가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왔다. `봄(spring)`이 다시 `봄(seeing)`이라면 `여름`은 마음을 활짝 열고 대자연의 기운을 흠뻑 받은 `열음`이다. `가을`은 `노을`이 아름다운 계절로 탈바꿈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캠퍼스에도 조용했던 침묵이 걷히고 신입생, 복학생, 그리고 재학생들로 북적이며 다시 젊음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강좌를 열면 학생들이 찾아와 가만히 앉아서 듣는 강의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강의가 가르치는 사람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모노 공연이 된다면 강연을 듣는 학생은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강의도 이제 일방적 가르침의 무대가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하는 쌍방향 무대여야 한다. 누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teaching)은 코우칭(coaching)으로 과감한 탈바꿈을 시도할 시점이다. 티칭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구분돼 있지만 코우칭은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거나 내면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중물에 가깝다.

코우칭은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릴 때 마중물을 부어 수원에 존재하는 끌어올리는 행위와 일맥상통한다. 코우칭으로서의 강의는 함께 지향해야 될 목적지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교수와 학생이 추는 한판 멋진 춤의 무대다. 춤은 혼자 출 수도 있지만 함께 추는 춤은 동작과 호흡이 맞아 혼연일체가 돼야 신명나는 한 판이 될 수 있다. 어제와 다른 춤을 추기 위해 교수와 학생은 언제나 즐거운 준비를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강의하는 교수는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과의 창발적 마주침을 즐기는 사람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