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연구원(KIEP) 발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세계경제는 당초보다 하향 조정된 3.2% 성장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의 실물경제가 완만한 회복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경기회복 부진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라 신흥개도국 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거나 외채가 많은 일부 국가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개도국은 우리 무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이들 국가 경제의 향후 움직임이 우리경제 회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처럼 세계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각국 정부가 재정수입 확충과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교묘한 수단을 동원해 통관 장벽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수입규제 조치인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및 세이프가드 조치뿐 아니라 수입자 인증제도 등 새로운 형태의 수입규제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126건에 달한다.
우리 수출기업으로서는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수출할 곳이 줄어드는데 현지 세관의 비관세장벽까지 `이중고(二重苦)`를 겪는 셈이다. 이 가운데 현지에 주재 재외공관이나 주재관과의 협력을 통해 비관세장벽을 잘 해결한 사례도 있어 우리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올 초 중국의 소비세 환급담당업무가 국세국(국세청)에서 해관총서(관세청)로 변경됐다. 해관에는 관련 시행세칙이나 환급절차가 제정되지 않아 우리기업이 받아야할 1800여억원 환급금 지급이 지연되는 애로가 있었다. 이에 현지 관세관을 통해 세관당국과 접촉하고 실무회의를 개최하는 등 양국 관세 당국간 긴밀한 협력으로 환급금이 전격 지급된 사례가 있다.
베트남에서는 우리 기업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철강 스크랩을 한국으로 들여올 때 지나치게 높은 수출관세(22%)가 부과돼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호치민 주재 관세관이 베트남 재무부에 수출관세 폐지요청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의 노력으로 관세율 인하(15%)에 성공, 약 40억원의 관세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폴란드에서는 우리 기업이 수출한 `TV튜너`에 대해 관세청이 고율의 관세율 적용 품목으로 분류했으나, EU관세관이 현지 협상을 통해 품목분류 오류를 시정해 약 100억원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었다.
무역협회는 올해부터 한국 주재 각 국 대사들을 권역별로 묶어 초청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해당지역에 대한 수출이나 투자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인의 신청을 받아 각국 대사관과의 상담을 주선한다. 대사나 상무관들이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면 다른 나라들도 공관의 역할 중 세일즈 외교 비중이 커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 7월 우리 외교부가 무역협회 등 경제 4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한 `총영사와 기업인간 1:1 상담회`는 많은 기업인들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지 진출을 위한 새로운 접점을 물색하거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데 있어 재외공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 성장 희망사다리 구축,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 등은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우리 중소기업이 1조 달러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60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면 해외 비즈니스에서 당면하는 위험요인을 줄여야 한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제도적 투명성이 정착되지 않은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통관 분쟁 등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를 신속하게 해결해 줄 전문 인력 파견도 중기 글로벌화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치중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 imager@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