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보조금 시장 급랭…소비자 `차별`도 `혜택`도 같이 줄었다

휴대폰 보조금 단속, 약인가 독인가

지난 1일 서울 명동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를 구입하려는 최 모씨와 매장 점원이 흥정을 하고 있다. 판매점 직원은 “15개(만원) 이상은 못 드린다”며 버텼다. 최씨는 “더 싸게 살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다른 분들도 그 가격에 사가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는 106만8000원이다.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수준이 15만원 수준에 불과해 92만원에 가까운 할부원금을 부담해야 한다. 웬만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 수준이다. 휴대폰 보조금이 얼어붙은 시장의 단면이다.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단속은 `차별 없애기`에 집중돼 있다. 특정 시점, 특정 제품에 보조금이 과다하게 지급될 경우, 다른 때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차별을 당할 수 밖에 없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조금 시장이 급랭하면서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비용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에는 갓 출시된 전략 단말기만이라도 보조금이 많이 제공돼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어떤 단말기든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보조금 단속의 부정적 측면은 `보조금 단속`으로 줄어든 소비자 혜택이 다른 혜택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차별적 보조금 대신 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은 가입자 유치 경쟁 정도에 따라 유연한 조정이 가능하지만, 요금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한 번 내리면 다시는 못 올리기 때문에 두 비용이 서로 대체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출고가 또한 마찬가지다. 제조사도 유통라인에 직접 지급하는 이른바 `리베이트`를 재고와 판매 전략에 따라 조정하며 지급하기 때문에 출고가에 이를 위한 여지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낮추면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을 줄뿐더러 판매 촉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장기적으로 과열 보조금을 꾸준히 엄단해 나가면 결국 통신사가 요금, 서비스와 같은 본원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고가 스마트폰을 자주 구입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많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통신 시장은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먼 이유가 사실상 과열 보조금 때문”이라며 “소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