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7년째다. 정주형 대표가 1996년 웹에이전시 업체 이모션을 설립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이모션은 국내 대표 웹에이전시로서 웹의 최전선을 달려왔고, 최연소 코스닥 CEO였던 정 대표는 어느덧 업계 `최장수`(?) 경영자 중 한명이 됐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모바일 세상이 급격하게 다가오면서 그간 웹에 집중했던 이모션 내부에 불안이 흘렀다. 정 대표는 “대표부터 앞장서 모바일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위치기반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일키로`다.
일키로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소셜 네트워크다. 싸이월드 같은 프로필 기반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왔지만, 익명성이 강한 것이 차이다. 일키로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회원 250만명을 모았고 모바일 앱 시장이 생긴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장수 앱으로 자리잡았다. 누적 대화는 7억건, 한주 등록 포스트는 14만건에 이른다.
정 대표는 “스마트폰은 항상 사용자와 함께 있고, 위치정보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PC와 다르다”며 “새롭게 활용 가능해진 위치정보에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 보통 SNS에서는 이제 아는 사람이 모두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교류를 할 수 있는 익명 네트워크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까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가 핵심이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자주 보는 아가씨가 누구인지 궁금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설명이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주말에는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는` 청년 CEO의 생활 경험도 반영됐다.
정 대표는 “사람 냄새 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오랜 웹에이전시와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소셜 네트워크 UI를 구축하고 사용자층을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 쓴 일은 불량 사용자를 걸러내는 일이었다. 그는 “공원에 깡패가 한두 명 모일 때 방치하면 선량한 시민이 떠난다”며 “신고를 활성화하고 불량 사용자는 과할 정도로 강하게 제재해 사용자 스스로 문화를 유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 위치기반 소셜 네트워크 수요는 세계 공통이라는 기대다. 자기 글을 더 노출시켜 주거나 자기 프로필을 확인한 사람을 알려주는 등 부분유료화로 수익 모델도 작동하고 있다.
그는 기존 웹에이전시 사업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본다. 웹에이전시와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와 기능 등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정체돼 있던 웹에이전시 산업이 도약 계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웹과 모바일 환경, 마케팅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 가치를 만들고,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도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