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입사 지원에 10만명이 몰리는 나라

삼성그룹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 시험에 10만명이 지원했다. 상반기 지원자까지 넣으면 18만명, 인턴까지 하면 20만명이다. 한 해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을 받고 졸업하는 이가 55만명이다. 열 명 중 서너 명이 삼성 입사를 시도하는 셈이다.

지원자가 폭주하니 삼성 고민이 크다. 수십억 원의 채용 비용뿐만이 아니다. 고사장 확보에 시험지 수송까지 입시 당국에 버금가는 준비를 한다. 사회적 부작용도 크다. 20만명이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에 매달리니 지원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스펙 타파 차원에서 열린 채용을 추진한 삼성도 심각한 고민에 들어갈 정도다.

삼성 입사 지원자 쇄도는 청년 실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대기업에 이렇게 입사 희망자가 넘쳐나는데 중소기업에 가물에 콩 나듯 한다. 대기업 선호, 중소기업 외면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병이 갈수록 심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많은 사람이 대기업을 찾는 것은 중소기업보다 임금과 처우가 더 낫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론 꼭 그렇지 않다. 대기업보다 처우가 좋은 중소기업도 많다. 처우가 당장 대기업에 비해 떨어져도 미래 전망이 밝은 기업도 꽤 있다. 대기업이 안정적이란 말도 이제 옛말이다. 몇몇 대기업의 몰락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사실을 정작 구직자들이 모른다. 우리 고용 시장의 비극이다.

대기업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대우 차이는 여전하고 심지어 금융 대출에도 중소기업 종사자가 차별을 받는 구조를 깨지 않는 한 그렇다. 쉽게 개선할 문제는 아니나 정부가 좀 더 획기적이고 폭넓은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직원 처우 개선에 적극적인 중소기업에 정책 지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그래야 중소기업 취업 성공 신화가 나온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결혼까지 지장을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정부도 아닌 기업이 취업 시장의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까지 걱정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