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 부위 중 등이라는 곳이 있다. 평소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주로 앞모습으로 결정되지만, 앞모습은 화장하거나 분장하고 위장하거나 가장해서 본모습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뒷모습을 감추기 위해 별도로 꾸미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점에서 사람의 진면목은 뒷모습에 있지 않을까. 환한 미소의 뒷면에 담겨진 인간적 고뇌나 수심에 찬 얼굴, 많은 어려움에 시달려 세월의 무게가 짓누르는 무거운 어깨, 웃고 있지만 왠지 고민하는 모습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뒷모습은 헤어지고 나서 뒤돌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축 처진 어깨, 고개를 숙이고,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온몸으로 항거해온 과정이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느껴질 때가 많다. 등에 담겨진 희로애락을 묘사하기 위해 시 한 수를 읊어보았다.
내 몸에 있으면서 내 손이 다가갈 수 없는 곳, 등
나와 같이 살아가면서 내가 볼 수 없는 곳, 등
나와 한 몸이면서도 내가 알 수 없는 곳, 등
내 몸이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곳, 등
그 등이 나에게 말을 건다 등지고 살지 마라 그 등 뒤에 내 인생이 숨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생 중 하나가 등지고 사는 것이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 있었으면 등지고 살까.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일 중 하나가 용서라고 생각한다. 지난 아픔과 슬픔이 당시에는 견디기 어려웠어도 나름 사연과 배경이 있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포근한 마음으로 어루만져주고 감싸 안아 주자. 용서하고 화해하고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면서 살자. 그렇게 따뜻한 정을 나누고 행복하게 살아도 남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오늘 바로 서로 용서하고 돌린 등 맞대고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자.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