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신흥시장 진출의 새로운 패러다임](https://img.etnews.com/photonews/1310/482793_20131004185044_422_0002.jpg)
`역 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는 말이 최근 새롭게 등장했다. 혁신 전문가인 미국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미래의 기회는 선진국 시장이 아니라 신흥개발국 시장에 있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혁신이 선진국과 본국 시장으로 역류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까지 선진국에서 이뤄진 혁신이 신흥시장에 적용돼온 선례를 뒤집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목 받는 것 같다. 그는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면 성장이 있는 곳으로 가라”면서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신흥시장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방식과 기법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빈다라잔의 역 혁신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소개하는 베트남 사례가 신흥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 인재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영감을 불어 넣었으면 좋겠다.
한·베트남 정상회담 이후 한층 가까워진 경협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얼마 전 하노이에서 KOTRA 주관으로 `K-Tech` 행사가 열렸다. 우리의 뛰어난 정보기술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지구촌을 돌며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열렸고, 이후 중동 지역의 개최가 예정돼 있다. K팝처럼 `IT 한류`를 글로벌 무대로 퍼뜨린다는 포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번 베트남 행사에는 국내 소프트웨어(SW) 및 IT기기 개발 17개 업체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7개 업체가 참가해 1억43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기회를 창출했다.
신흥시장은 우리의 1960∼1970년대처럼 아날로그 환경이 대세지만 스마트폰 등 첨단 통신기기 사용이 늘면서 디지털 바람도 솔솔 불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했던 베트남 최대 통신회사 V사는 디지털 사이니지 도입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선 이미 옥외광고와 표지판에 일반화됐지만 그곳에선 떠오르는 신시장인 것이다.
ITS와 전자행정 정보시스템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험 전수와 사업화 논의도 활발하다. 이런 우호적인 환경을 우리의 성장기회로 삼기 위해서 역 혁신의 개념을 도입해보면 좋겠다.
한·베트남 정상회담 기간에 하노이에 개설된 `K-Move 상생협력 플라자`는 좋은 사례다. 이곳은 양국 청년들의 공동 창업과 현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매년 15명 정도 청년인재를 선발해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적정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우수한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하도록 사무공간과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현지 진출기업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이었던 필자는 정부 인사들과 양국의 예비 청년사업가를 만났는데 상생협력 플라자가 양국 경협의 새로운 미래를 상징한다는 큰 기대를 접할 수 있었다.
이제 지구촌은 상품과 자본을 넘어 인적자원을 이동, 교류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 탄생한 상생협력 플라자는 청년 예비사업가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청년 인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비즈니스를 꿈꾸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은 상생의 글로벌 경제를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 유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곳이 신흥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과 기법들을 담금질하는 꿈의 용광로가 되면 좋겠다. 베트남에서 성공사례가 다수 창출된다면 머잖아 다른 나라로 확산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글로벌 공통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성장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영호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