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지속되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감소세와 리더십을 위협하는 끊이지 않는 각종 외풍(外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KT는 연말까지 전쟁에 준하는 위기대응 전략을 전 임직원 참여 체제로 가동하기로 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KT 대전연수원에서 열린 `4분기 영업전략 발표회`에서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간 무선서비스 영업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시(戰時) 체제`를 지시했다.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현재 무선서비스 가입자 수가 계속 순감하고, 유선가입자도 급감하는 추세”라며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월말에 직원들 월급도 못 줄 만큼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는 본사와 계열사 주요 임원, 지사장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실제로 KT는 올해 들어 이동통신 가입자가 줄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올해 초부터 8월까지 각각 이동통신 가입자를 13만명·65만명 늘리는 동안 KT만 27만명 가까이 잃었다.
이 회장은 “가입자 순증 경쟁 기반을 갖추고, 무선 중심으로 영업하면서 글로벌 사업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실제 전쟁에 임하는 것과 같이 조직을 운영한다. `전시 상황실`을 본사에 두고, 각 지역본부는 `5분대기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가입자 쟁탈 시장의 상황 변화가 보고되면 본사에서 즉시 예산을 편성, 5분내로 각 지역 영업단에서 이를 집행하기 위한 체제다. 영업부서가 아닌 직원의 모객 인센티브 제도인 `골든브릿지(GB)` 영업도 더 강화한다.
또 유통망 강화를 위해 경쟁사 대리점이나, KT 대리점이었다가 다른 곳으로 간판을 바꿔 단 대리점을 적극 설득해 다시 KT로 불러들이는 작업도 진행한다. 약화된 유통망을 다시 복구하기 위한 조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서울 강북 지역 대리점이 올해 다른 통신사로 간판을 바꿔다는 등 올해 유통망에서 나타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정책”으로 분석했다. KT가 열세인 지역에선 새 결합상품인 `올라잇채널` 영업 강화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영진에 대해 비방을 하거나 영업에 해를 끼치는 해사 행위를 저지르다 발각되는 임직원은 즉시 제재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 회장 본인과 경영진에게 쏟아지는 외부의 각종 비난에 대한 빌미를 주지 않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T는 이에 대해 “이날 회의는 각 본부별 영업전략을 발표하는 내부 행사로, 광대역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개시와 함께 성과를 더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쟁사는 KT의 이 같은 전시 체제 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이동통신 시장에 보조금 경쟁을 다시 촉발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최근 보조금 경쟁을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가입자 확대에 나서면서 앞으로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3년 1월~8월 통신3사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수 현황(단위:천명 자료:미래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