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레이와 한국 자회사 도레이첨단소재가 새만금산업단지에 폴리페닐린설파이드(PPS)란 첨단 소재 공장을 짓는다. 3000억원을 들여 건설해 오는 2015년 하반기에 양산한다. 도레이가 이 공장을 해외에 두는 것은 처음이다.
도레이는 지난 1963년 한국 제조업에 진출해 줄곧 투자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에겐 낯설다. 최근 웅진케미칼을 인수하면서 새삼 알려졌다. 그 인수를 놓고 기술 유출 우려가 나왔는데 과거 인연을 보면 조금 생뚱맞다. 웅진케미칼 전신이 도레이와 30년간 끈끈한 합작 관계였던 새한이다. 도레이첨단소재 전신도 바로 그 합작사인 도레이새한이다.
도레이가 이 시점에서 웅진케미칼을 인수하고 새 공장까지 짓는 이유는 뭘까. 세계 전자제품 생산을 주도하는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발생할 소재부품 수요를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다. 새 한국 공장을 새만금에 짓는 것에서 이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한 산업통상자원부, 전북도, 군산시의 투자 유치 노력도 주효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 확대에서 보듯 전자제품 제조 경쟁력이 갈수록 힘을 잃는 추세다. 대안이 소재부품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까지 소재부품 수요가 급증한다. 이를 잡으면 우리나라도 소재부품 강국이 될 발판을 마련한다. 제조 산업 고도화에도 도움이 된다. 도레이 새만금 신 공장은 소재부품 강국 전략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임을 일러준다. 산업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서해안 개발에도 긍정적이다.
일본 소재부품 기업은 최근 엔저로 주춤해졌지만 한국 투자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 우리 소재부품 산업 저변이 더 넓어지면 이런 기업 투자 유치도 더 쉬어질 것이다. 도레이의 투자 확대 결정엔 투자 가치뿐만 아니라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작용했다. 안정적인 거래와 협력 경험 속에 투자 확대가 가능했다. 국내에 도레이와 같은 다국적 제조기업이 제법 있다. 이 들의 애로사항을 더 자주 듣고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이 기업들의 추가 투자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의 신규 투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