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수신료 현실화 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방송의 날 50주년을 맞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8일 KBS 1TV에 출연해서도 “KBS 수신료는 2500원으로 지금까지 그대로인데 신문은 6배나 올랐다”며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 기고]수신료 현실화 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KBS 공정성 등의 문제를 들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7월에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을 여당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상정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인상의 주된 배경을 “차입금 증가로 적자구조가 고착화되고 수신료 비중이 전체 예산의 37%에 다다르면서 왜곡된 재원구조에서 공영성과 고품질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신료 현실화 논의는 국민소득은 증가하고 물가는 해마다 오르지만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지정된 이후 33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는 더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수신료 제도는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매체와 채널이 범람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방송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방송 공정성과 수신료 제도는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서 정치권 의견도 바뀌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보다는 KBS가 갖고 있는 주요 임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주요 재원이다. 수신료는 단일 가격이므로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부담을 지는 역진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영국 등 유럽에서 공영방송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국가들은 수신료를 공영방송의 주요 재원으로 선택하고 상업적 이익을 추구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배제하고 있는 추세다.

기술적 측면에서 KBS는 국내 방송기술 연구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방송에 필요한 기반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 BBC는 안정적인 수신료 재원을 토대로 프리뷰(Pre-view), 아이플레이어(iPlayer) 등 새 서비스를 개발해 영국 방송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일본 NHK는 국가의 안정적 재원 지원으로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교양 또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서비스 개발, 실시간 초고선명(UHD) 방송의 선도적 구현, 고령 수신자를 위한 실시간 음성강화 방송 등을 실시했다.

우리 역시 이제라도 디지털방송 활성화와 시청자 복지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수신료 고려가 필요하다. 지난여름 국가적 전력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절감운동으로 정전사태는 막았다. 하지만 전기요금 현실화, 신재생에너지 활용방안 등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공영방송 재원 문제도 그간 추진돼 왔던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 방송사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내 방송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공영방송 재원구조 안정화에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결정을 내릴 때다. 그 후에 결과에 대해서 채찍질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정대권 한국방송공학회장·한국항공대 항공전자 및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dgjeong@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