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747과 창조경제

[관망경]747과 창조경제

정책 비전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747공약`이다. 7%의 경제성장에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 대국을 건설하겠다던 이 공약은 이 전 대통령을 경제 대통령으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결론 났지만 구호 자체는 명료했다.

박근혜정부의 정책비전은 어떨까. 그런 측면에서만 보면 `창조경제` 어젠다는 상당히 모호하다.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창조경제가 뭐냐`는 물음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창조경제를 전도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세계적 저성장 탈출을 위한 처방전으로 `창조경제 구현`을 대안으로 내놨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경제주체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발전 패러다임”이라고 소개했다. 창조경제가 한국은 물론이고 APEC 회원국과 세계경제 지속 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효한 전략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설파하고 있을 때 국내에서는 대통령을 낯 뜨겁게 하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국내 벤처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9%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잘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잘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15.5%에 불과했다.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78.9%가 `정책의 모호함`을 꼽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현실성 없는 747 공약이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업화시대의 낡은 산업구조를 지식정보화 시대의 새 산업 패러다임으로 바꿔보자는 구호 자체는 오히려 더 의미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직 국내에서도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면 비전의 구체성과 실천성을 가미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모르는 화두가 해외에서 과연 통할까. 전혀 창조적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화두 하나만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지 궁금하다.

권상희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