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선택권 일부를 잃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 일부에 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유감 표명과 함께 항고를 검토한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미국 정부 조치다. 지난 8월 애플의 구형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달리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변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거의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조치를 내려 보호무역주의 부활, 이중 잣대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정부는 이를 의식해 표준특허보다 상용특허 침해가 더 중대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곧이 믿을 이는 없다. 다른 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만일 표준특허 침해가 상용특허보다 별 문제 없다면 미 정부기관인 ITC가 애플 제품에 내렸던 수입 금지 판정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번에 수입 금지한 제품은 갤럭시S와 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 탭 등이다. 시장에서 거의 사라지는 제품들로 삼성전자가 받을 매출 타격은 거의 없다. 거꾸로 애플이 얻을 반사이익도 별로 없다. 삼성전자를 향한 카피캣이란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도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판매 실적으로 이미 확인됐다.
결국 삼성 제품 수입금지는 미국에 보호무역국가란 낙인만 찍을 뿐이다. 다른 나라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미국 제품에 대해 무역 장벽을 쌓아도 미국 정부로선 할 말이 없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를 비롯한 미국 내 여론마저 부정적이다. 애플 역시 일시적으로 삼성 이미지 훼손을 기대하겠지만 `시장 경쟁에 정부 힘을 빈 업체`라는 나쁜 꼬리표를 새로 달게 됐다. 미국 정부나 애플에겐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너무 얌전하다. 미국 정부의 이중 잣대가 세계 경제 개방에 미칠 악영향을 조목조목 따져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부와 공조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보호무역주의로 가면 똑같은 피해를 미국 기업도 당할 수 있음을 미 정부에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