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CHINA(차이나) 3.0

중국인들은 역사 흐름을 30년 단위로 파악하는 전통이 있다. 1949년 이후 마오쩌둥 집권기를 `차이나 1.0 시대`로, 1979년 덩샤오핑의 집권부터 세계 금융위기까지 시기를 `차이나 2.0 시대`로 규정한다.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을 `차이나 3.0 시대`의 시작으로 본다. 현재 중국은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혁명과 덩샤오핑의 시장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과 같은 심각한 변화에 직면했다는 게 중론이다.

[북스 클로즈업]CHINA(차이나) 3.0

이 책은 시진핑이 이끄는 새로운 중국은 이전 시대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발전할지를 경제구조, 정치체제, 외교노선, 성장모델 4개 분야로 나눠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주로 중국 지식인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이데올로기 논쟁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중국을 건설하기 위한 중국 지식인들의 백가쟁명식 논쟁은 이미 시작됐다. 토론은 크게 `성장의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경제), `정치적 자유화 요구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정치), `국제적 위상을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가`(외교) 등의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 거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소비와 내수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한 구조 개혁이 단행되고 있다. 리커창이 주도하는 `리코노믹스`의 핵심이다.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사이에서 중국 정부는 국가 권력을 어디까지 시장에 내줄 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보급이 확대되고 중국인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정권의 정당성 역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게 됐다. 좌·우파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주시하는 것은 `웨이보크라시(네티즌 정치)`다. 2012년 보시라이 사건 당시 인터넷은 대중 지도자를 숙청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중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안티는 “동원된 전자군중은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과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그 힘을 밖으로 뻗으려 한다. 중국 외교 노선은 서방을 기준으로 온건파와 극단적 국수주의 등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국수주의자들의 압력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화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긴다.

미래 중국의 발전 노선은 좌파 성향의 `충칭 모델`과 우파 성향의 `광둥 모델`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광둥, 충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도의 공동 발전인지, 시장 원리를 따르는 자유주의 노선인지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다.

과거 서방인들은 중국이 부유해지면 자연스럽게 서방 시스템에 편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차이나 3.0 시대`의 중국은 누구도 걷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13억 인구의 구매력이 증대되면서 `소비의 시기`로 변화하고 있는 것. 눈앞의 단기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중국의 발전 방향을 읽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참여가 필요하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엮음. 중앙일보중국연구소 편역. 청림출판 펴냄. 1만6000원.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