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60년대 100달러대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를 갖고 있다. 얼마 전 파라과이 정보통신부 장관은 자국의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역으로 원조해주는 국가가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말과 함께 축하를 전한 적 있다.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새마을 운동을 넘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정보화 혁명의 결과라고 평가받는 동방의 기적이다.
창조경제 건설을 위해 고민하는 우리는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해 오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개발하고 남들보다 앞서 유무선 인터넷을 구축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전자정부를 구축한 것도 좋은 예다. 새로운 창조도 중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만들어 온 창조경제를 글로벌하게 다른 나라와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조백자 같은 선인들의 공예품처럼 자칫 나만의 창조물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발전과 세계경제 실현에 이바지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창조 경제의 글로벌 확산 관심 대상 가운데 중남미 국가가 있다. 세계 인구의 8.6%를 차지하는 중남미 시장은 세계 GDP의 8%를 차지한다. 브라질·멕시코 등을 중심으로 급속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에는 ICT 산업의 활성화로 페루·파나마·볼리비아·콜롬비아 등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과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남미는 타 대륙들보다 ICT 보급률이 낮아 새 수익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글로벌 사업자의 새 진출지로 꼽힌다. 국내 사업자들에도 시장 확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거리상의 이유로 우리의 글로벌 시장 정책에서 중남미는 어느 정도 소외됐던 게 사실이다.
오는 15일 13개국 ICT 분야 중남미 장관들이 모여 성공적인 브로드밴드 구축과 서비스에 관련된 논의의 장을 펼친다. 연 5%의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코스타리카 같은 국가의 장관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는 중남미의 ICT 접근성 향상이 주제로 잡혀 있어 의미가 더욱 크다. 회의에서는 전자정부 구축을 주도한 우리 정책 구현 과정과 발생하는 문제 해결의 노하우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인터넷을 활용한 융합 산업과 서비스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이번 중남미 장관회의에서 단순한 시장 개척의 의미를 넘어 그들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ICT 특성상 개방 경쟁 체제에서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남미 장관회의를 ICT 시장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한다. 인프라 구축의 한계를 서비스로 전환하는 우리의 경험이 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일 것이다. 특히 디지털 방송을 추진하고 있는 멕시코·아르헨티나·코스타리카와 전자정부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칠레와 콜롬비아 등은 동일한 사업 경험이 있는 우리 기업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리더십은 이제 정보화 확산으로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다국적 리더십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쓸데없는 출혈 경쟁으로 가입자 유치에 연연하는 통신업체나 프로젝트성 사업에 지친 시스템통합(SI) 기업들, 모바일 환경을 타고 급부상하는 소셜네트워킹과 게임 사업자들에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정부가 비전을 갖고 펼쳐놓은 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글로벌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