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얼마 전 춘천에서 열린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7년 연속 후원했다. 제조업의 뿌리로 불리는 생산기술 기능인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취지다. 이번에도 48개 직종 전국 17개 시도에서 참가한 1900여명의 기능인 가운데 16개 종목 상위 입상자에게 입사 특전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특별 채용한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와 참가자만 200명여명에 이른다.
일견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제조업의 근간이라는 생산 기술에 그만큼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마이스터고를 비롯해 우수 고졸 인재들과 기능인을 흡수한다면 산업 현장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어떤 처지에 내몰릴까. 가뜩이나 전문인력 수급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불똥이 튈 것은 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을 심화시키는 한 단면인 셈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움직이면 국내 인력 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심심찮게 봐 왔다. 삼성이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면 중소 SW 전문업체들은 인력 이탈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의 전자소재연구소를 설립하려는 행보에도 중소기업들은 마찬가지 여파를 염려하고 있다. 심지어 근래에는 환경 안전 전문 인력도 삼성발 수급난을 초래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가 두 번씩이나 불산 사고를 낸 뒤 환경 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 강화하면서다.
SW, 소재, 환경 안전 등 과거 삼성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직종의 전문 인력 상당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길러낸 인재들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적법한 스카우트인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지고의 가치다. 비록 도의적인 눈총은 받을지언정 말이다.
삼성이 손짓만 해도 국내 인력 시장과 고용 환경에 도미노식 태풍을 일으키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직무적성시험(SSAT)에 한 해 10만명이 몰리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다 보니 삼성조차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삼성을 인력 수급 불균형의 주범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앞으로 국가 백년대계가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극히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과제들이 점철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의식구조와 사회·문화·교육 시스템 등 총체적인 난맥상이 결집된 문제인 탓에 깔끔한 솔루션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 모두가 장기적으로 머리를 맞대보자며 대안 없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책임은 지적하고 넘어가자.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데만 여전히 안주하고 있다. 당장 필요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가장 편한 방법이다. 미래 인력 수급 로드맵을 그리고 내부 인적 자원 개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드물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출신 인재들을 많이 채용한다고는 하나 근래 들어서다. 대졸 학력 인플레를 유발하고 이공계를 홀대한 장본인도 삼성을 필두로 한 대기업들이다.
삼성의 인력 쏠림 현상을 극복하는 일은 어쩌면 사회 전반의 균형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장학 사업을 구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앞서 삼성 스스로를 위한 숙제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