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육성을 골자로 전문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13 전문대학 엑스포`를 개최했다. 교육부 방침에 전문대학이 화답한 것이다.
`전대미문`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엑스포에는 전문대학의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사흘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전문대학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있게 학과를 소개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열리기는 처음이었다. 윤경배 김포대학교 교수(경영정보학과)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전문대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전문대학은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00년 대기업 연구소에서 김포대에 합류했다. 2007년에는 김포대 총장도 지냈다.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누구보다 전문대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10년 이상 전문대학에 몸담은 교육 전문가가 바라보는 전문대 역할은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직업인 양성이다. 현장에서 원하는 명품인재를 배출하는데 모든 역량이 맞춰져야 한다는 신념이다. “전문대학은 실제 위상과 역할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습니다. 기업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마이스터`로 불리는 명장을 위한 사관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체와 긴밀한 연계가 필요합니다. 교육 커리큘럼에서 학사 일정까지 기업과 호흡을 같이해야 합니다.”
윤 교수는 이를 김포시를 대상으로 실천에 옮겼다. 지역 기반 학교지만 CEO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해 학교 중심으로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김포시 내 500여개 기업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다양한 산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까지 진행 중이다. 덕분에 김포대는 경기도 내 47개 창업보육센터 운영 실적을 평가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지역 창업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전국에 있는 전문대학 숫자는 140여개 정도입니다. 전문대학과 대학 통폐합 등으로 숫자가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 대학의 절반 이상입니다. 한해 배출되는 학생 수는 20만명가량 입니다. 규모면에서는 일반 대학 못지않습니다. 취업률도 60% 수준으로 일반 대학 55%보다 높습니다. 결국 전문대가 바로서야 청년 창업이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문대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가 나와야 산업의 인력 인프라도 튼튼해 질 수 있습니다.”
윤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특성화 전문대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성화 전문대학은 이전처럼 백화점식 교과 과정에서 벗어나 대학별로 주특기를 살려 단일 주력 계열 70%로 교과를 편성해 산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단일 산업 분야 중심으로 대학을 특성화해 2017년 직무 수행도가 높은 핵심 인력을 15만명 양성할 계획이다.
특성화 대학 방침이 나오면서 각 전문대학은 이에 맞게 학과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특성화 전문대학이 자리잡는다면 산업체와 전문대학 사이의 인력 불일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전공과 취업 일치도는 1990년 81.5%에서 2008년 72.2%까지 떨어졌다. 또 기업체가 인재 채용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직무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력을 꼽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함께 산업구조 고도화로 전문대학의 인력 수준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교육 수요자, 공급자인 대학 3자가 새로운 전문대학의 위상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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