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는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등 다양한 경제이슈로 인해 기업인의 증인 채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마구잡이식 경제계 인사 증인 채택으로 국감이 `기업 길들이기`나 `보여주기 이벤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무위는 지난 4일 현재 일반인 증인 63명에 대한 국감 출석 요구안을 가결했는데, 이 중 기업·민간단체 인사가 59명(94%)에 달했다. 국토위도 4일 70명의 일반인 증인을 채택했고, 이 중 47명이 기업·민간단체 소속이다. 산업위도 일반인 증인의 70% 이상이 기업·민간단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방위도 일반인 증인 32명 중 25명을 기업·민간단체에서 채택했다. 이들 4개 상임위만 합쳐도 기업·민간단체 증인이 200명이 넘는다. 기업 관계자 증인 채택이 많은 환노위, 복지위, 재정위의 증인 채택을 합치면 역대 최다였던 작년 증인 채택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주요 기업인 증인 채택 현황을 보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달청 입찰 담합 문제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정호 롯데피에스넷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담합과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김충호 현대차 사장, 박봉균 SK에너지 대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석채 KT 회장,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 등도 이통사와 대리점의 불공정 계약 문제도 증언대에 오른다.
이 같은 기업인들의 국감 증인 채택에 재계는 좀 더 신중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경영자총연합회가 지난 6일 “국회는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기업인의 증인채택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정감사는 국회와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원리를 실현하는 대정부 통제 수단으로서 그 대상은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원칙이며, 대규모 기업인 증인채택으로 기업 감사라는 오명을 받아왔으나 이제는 그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