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박모씨(43)는 케이블TV에서 개인영상녹화장치(PVR)를 쏠쏠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는 PVR로 방송 프로그램 구매 비용을 확 줄였다. 박씨는 “드라마, 예능 등 주문형비디오(VoD)로 볼 때는 한 달에 2만~3만원 넘게 지불했지만, 지금은 PVR를 이용해 VoD 비용을 4000~5000원대로 낮췄다”며 “케이블 요금에서 4000원만 더 내고 예약 녹화해 방송을 보니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PVR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PVR는 비디오 테이프에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하던 기존 VCR, VTR를 대신해 하드디스크나 셋톱박스에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개인영상녹화장치를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내년 초 출시될 스마트 케이블에 PVR 기능을 강화해서 내놓는다. CJ헬로비전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320GB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용량을 대폭 늘린다. 스마트케이블 PVR 용량은 500GB~1테라바이트(TB)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CJ헬로비전 디지털케이블 PVR 가입자는 약 3만명 정도로 PVR 가입자 해지율은 일반 가입자보다 훨씬 낮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상반기부터 준비해온 클라우드 PVR를 이달 중순 이후 시범 서비스한다. 위성방송의 단방향성을 보완한 양방향 서비스다. 시청자는 예약 녹화한 방송을 자신의 클라우드 계정에 접속해 불러올 수 있다. 아이폰의 `아이클라우드`처럼 서버에 개인 콘텐츠를 백업해놓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PVR는 우선적으로 위성방송 이용자만 쓸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시범 서비스를 하면서 저작권, 네트워크 작동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플랫폼이 PVR에 적극적인 이유는 `다시보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다. 또 지상파 다시보기 서비스의 홀드백 기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PVR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PVR 이용자가 늘면 VoD 매출이 떨어질 수 있고 광고 건너뛰기가 쉬워 광고 수입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청자 편의성과 가입자 충성도가 높아져 해지율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현재 VoD 시장이 크고 있는 단계라 방송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들이 PVR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다시보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볼 수 있다”며 “가입자를 묶어두는 한편 방송 상품 다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홀드백 기간이 1주에서 3주로 늘어난 것도 사업자가 PVR 시장에 뛰어드는 데 일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보기 위해 3주를 기다리는 것보다 PVR로 바꾸면 녹화해 바로 볼 수 있으니 틈새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TV를 많이 보는 시청자는 VoD보다 PVR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영화 VoD 한편이 보통 1000원~1만원, 드라마 VoD는 700원~1000원대인 점을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한편, IPTV는 현재 PVR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IPTV에서는 지상파 콘텐츠를 무제한 다시보기 하려면 1만3000원 월정액 상품을 가입해야 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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