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통신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시작된 알뜰폰(MVNO) 산업이 난데없이 `대기업 때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MVNO 시장 내에서 대기업 사업자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기업 사업자는 물론이고 중소사업자 마저도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14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알뜰폰 시장이 재벌 위주의 과점체제로 변질되면 중소기업 활성화와 경제민주화에 역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자 간 경쟁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현재 대기업 계열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한국케이블텔레콤(KCT)·홈플러스가 각각 51만명·28만명·6만명·2만5000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전체 MVNO 가입자 204만명의 43%(88만명)다. 최 의원은 이를 두고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존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과도한 보조금 마케팅과 그룹 차원의 불공정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MVNO 업계는 “전혀 공감할 수 없고 당혹스러운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아직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 점유율이 3.7%에 불과한 상황에서 MVNO 업계 내의 경쟁보다 대형 이통사와의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 대기업 MVNO 사업자 관계자는 “사업자 간 경쟁을 나타내는 번호이동을 보면 기존 이통사로부터의 유입이 99%에 달해, MVNO 사업자간 경쟁은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MVNO 업체들은 대형 이통사와 경쟁을 시작했을 뿐 MVNO 업계 내부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가입자를 뺏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로 지목된 중소 사업자도 MVNO 업계에 대한 `대기업 때리기식` 지적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에버그린모바일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장을 개척해 주는 것이 중소 사업자에게도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대형 이통사·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시작한 우체국 위탁판매 사업에서 대기업을 배제한 것 역시 형평성 차원을 넘어, MVNO 업계 전체에 이익보다는 손해가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체국에서 판매한 MVNO 상품 5166건을 분석한 결과 피처폰이 260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MVNO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급이 더 원활한 대기업이 빠져 우체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알뜰폰=피처폰`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도 더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선 대기업 참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프리텔리콤·스페이스네트 대표)은 “정치권의 의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면서도 “아직은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MVNO 사업자 간의 협력이 더 중시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체국 MVNO 상품 판매 현황(9월 27일~10월 4일)
자료:업계 종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