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정감사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통신비와 스마트폰 원가까지 공개할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사실상 무장해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국정감사가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보다 기업 감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고조됐다.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의원(민주당) 등 야당 측 의원들의 통신비 원가, 단말기 출고가 자료제출 요구가 거세게 이어졌다. 미래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부내용 공개를 사실상 거부했다.
김주환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현재 통신비 원가공개 여부를 두고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공개는 적절치 않다”고 방침을 밝혔다. 정보가 공개되면 소송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관계자 역시 “민간기업 영업비밀을 공개하자는 것은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료 제출 대신 의원 열람을 절충안으로 제안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공개는 어렵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한선교 미방위 위원장(새누리당)은 오후 한 차례 정회를 거쳐 여야 간사와 장관을 소집해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자료 제출에 대해) 여야 간사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원가 공개 요구도 이어졌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갤럭시노트 국내 출고가가 원가 대비 4배”라며 “미국보다도 29만원이 비싸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나온 백남육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실제 원가는 일부에서 분석한 비용보다 훨씬 높다”며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의 공개요구를 거부했다.
참여연대는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부)를 상대로 통신서비스 비용 원가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심에서 일부 공개(다섯 가지 중 통신비 원가가 포함되지 않은 세 가지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방통위와 SK텔레콤은 항소를 제기하며 이에 대해 2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산하 에너지 공기업 부실업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또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임직원들이 돈잔치를 벌였다고 질타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다른 외국사 제품을 불법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한국형 EMS는 8000만㎾ 규모의 전력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대안이 될 수 없어 송전선 상태를 제대로 감시토록 EMS 기능을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최근 3년 반 동안 적발된 한수원의 부패행위와 비위행위가 1400여건에 달한다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169건의 대부분은 납품비리와 금품수수 등과 연관돼 징계를 받았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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