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대덕전자·심텍 등 인쇄회로기판(PCB) 시장 선두 업체들이 올 하반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상반기에는 나름 괜찮은 실적 흐름을 보였지만, 3분기 이후 갤럭시S4 판매 부진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화재 등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진 탓이다. 4분기에도 시장 상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PCB 업체들은 올해 유례없이 우울한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기 기판사업부(ACI) 매출은 498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 성장하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가 최대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 수준이다. 갤럭시S4 판매 부진으로 7월부터 주기판(HDI) 수주량이 급감한 데다 최근에는 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 실적도 나빠졌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 FC CSP를 주로 공급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 퀄컴에 밀리면서 FC CSP 주문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기 기판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6% 이상 줄고, 가동률 하락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13%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덕전자는 3분기 매출 2010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 둔화 영향에다 최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화재로 반도체 기판 매출도 20% 이상 급감한 탓이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FC CSP 매출도 내년쯤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AP 출하량이 크게 늘지 않아 대덕전자가 새로운 공급업체로 자리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덕전자 매출은 78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중견 PCB 업체 심텍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시황이 좋지 않은 데다 지난 2월 공장 화재가 발생한 뒤 여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텍은 SK하이닉스 매출 의존도가 45% 수준에 달해 우시 공장 화재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출은 56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고, 영업 적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다수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확대한 상황에서 하반기 악재가 터지면서 현재 70~80% 가동률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4분기부터 업황이 개선된다면 내년부터는 빠른 속도로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위: 억원)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