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인큐베이터 사업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중견급 기업 편의만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순옥 의원(민주당)은 15일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전용 수출인큐베이터사업에서 정작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인큐베이터사업에 수출 초보 중소기업이 아닌 수출탑 수상 경력의 수출 전문회사 등 중견급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는 데다 추진지침 규정에서 정한 입주기간을 초과해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전 의원에 제출한 입주기업현황 자료를 보면 수출 초보기업을 위한 수출인큐베이터에 중견 상장회사의 자회사, 수출탑 수상 경력의 수출 전문회사나 상장회사 등 인큐베이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중견급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수출인큐베이터 센터에 입주된 7개 업체는 규정을 위반해 사무실을 2개 이상(총 15개 사무실) 사용하고 있다. 또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51개 업체는 규정을 넘어 3년 이상 5년까지 장기 입주해 있고, 이중 4~5년차 업체 14개의 절반 이상은 이미 중견급으로 성장한 업체임에도 수출인큐베이터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1년의 입주기간을 규정한 수출인큐베이터사업 추진지침 10조를 위반한 것이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이 연간 100~200개가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매달 1~2회 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나 중견기업들의 장기 입주 등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상태에 있거나 품목 중복 등의 이유로 탈락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전 의원은 “수출인큐베이터 사업이 잠재적인 경쟁력이 있지만 수출 초보인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데 있어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본선 무대로 나가라는 게 본래 취지”라며 “이미 검증된 수출기업, 인큐베이팅 단계가 아닌 중견급 업체를 입주시키고 있는 것은 규정 위반이며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진공과 KOTRA가 수출인큐베이터 운영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해당 사업은 방치되고 있다”며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