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프트웨어(SW) 업체 사장들이 모이는 술자리에는 어김없이 `유지보수요율 인상`이 안주처럼 회자된다.
정부가 요율을 10%대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하지만 안주발은 신통치가 않다. 사람들 표정도 개운하지 않다. 업계 숙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되돌아오는 대답조차 시큰둥하다. 정부가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이다.
정부가 요율 인상 계획을 꺼내들자 SW 관련 단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환영 성명을 내놨을 때와는 달리 당황스러운 표정도 목격된다. 요율을 올려도 SW 업체에게 돌아올 몫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무엇 때문일까. 구조적인 한계 탓이다. 공기관은 대부분 SW유지보수 계약을 개별 SW 기업과 체결하지 않고 통합유지보수 사업을 발주해 진행한다. 통합유지보수 사업자는 공기관을 대신해 수십 개에 달하는 SW 기업들과 체결하는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기관은 SW 유지보수요율 8%를 공급 기업 수만큼 적용해 전체 예산을 집행하기만 하면 된다. 유지보수 같은 귀찮은 일들은 대리인들이 알아서 처리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대부분 IT서비스 업체들이 도맡아온 통합유지보수 사업권은 수주전이 치열하다. 과열된 경쟁은 결국 저가 입찰로 이어진다.
공기관 입장에서는 귀찮은 유지보수 계약을 대신해주고 가격까지 알아서 입찰해 주니 `?먹고 알먹는` 격이다. 그러나 저가 입찰한 차액은 고스란히 SW업체들이 책임진다. 전체 유지보수 금액이 쪼그라들었으니 정부가 책정한 요율 8%는 이미 깨지게 돼 있다.
여기에 통합 사업자가 SW업체 몫에서 자기들의 수익을 떼어낸다. 국내 기업에 비해 3배에 달하는 높은 요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SW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다국적 기업들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또다시 국내 업체에게서 뜯어낸다.
결국 국내 SW 업체들에게 돌아오는 요율은 고작 3% 수준에도 못미친다. 인건비 충당도 어려운 형편이다.
낮은 요율 때문에 통합 사업자와 계약조차 체결 못한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통합 사업자의 낮은 요율 적용 요구를 받을 수 없어 1년째 공기관의 유지보수를 하면서 한 푼도 못 받았다는 10년차 SW 업체 사장의 하소연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통합 사업자를 무조건 비난하기도 어렵다. 국내 기업들 몫을 챙겨주면서 통합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전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점적 지위에 있는 다국적 SW 기업들을 제외하면 사업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산 집행 공무원이 이 같은 속사정을 알고나 있을까. 다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여전히 다국적 SW 기업들에게도 국내 기업과 동일한 8% 요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요율이라는 수치에만 집착한 근시안적 태도다. 통합유지보수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치기 어렵다면 국내 기업들 몫에서 떼어가는 통합 사업자 수익만큼은 예산을 늘려줘야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SW 업계에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SW를 국가 미래 산업으로 꼽았다면 지원이니 혜택을 논하기 앞서 공공사업만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게 1차적 해법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