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스마트폰 시대, 디지털카메라 희망 있나

디카, 모바일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캐논과 니콘의 주가는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6년 만에 반토막 났다. 단지 주가 하락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업계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물론 디지털카메라 업계가 수수방관하지는 않는다.

[이슈분석]스마트폰 시대, 디지털카메라 희망 있나

스마트폰에 밀려 올해 들어 최악 실적을 기록 중인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생존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저가 라인 구조조정을 통한 고기능 제품 집중, 의료·반도체 분야로 신사업 다각화, 스마트폰 대응 카메라 기능 추가로 대표된다.

◇`스마트폰 때문에` 디카 판매 절반으로

캐논의 올해 1~9월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 감소한 2400억엔(약 2조6175억원)이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부진했다. 지난 4월까지 29억달러(약 3조2361억원)로 잡은 올해 목표 이익을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낮췄다. 올해 콤팩트 카메라 출하량 전망도 1700만대에서 시작해 1400만대로 조정했다.

니콘은 닛케이 증시에서 34% 하락해 올해 최악의 주가 성적을 낸 기업으로 꼽혔다. 2분기 순익은 전년보다 72% 줄었다. 콤팩트 카메라와 DSLR 판매가 동시에 줄어든 이미징사업부 때문이다. 지난 8월 올해 회계연도 순익 전망도 2개월 전 예측치 대비 23% 깎였다. 이토 주니치 니콘 CFO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디지털카메라 판매 부진이 기업의 예상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올림푸스는 올해 세계 출하량이 270만대에 그쳐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DSLR 판매도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크리스토퍼 츄트 IDC 디렉터는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지속해 온 DSLR 성장세에 비춰봤을 때 10~15% 감소는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카메라이미징제품협회(CIP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전년 대비 42.7% 줄었다. 2003년 이후 최고 낙폭이다. 무려 4000억엔(약 5조원) 이상이 날아갔다. 지난해 전체 감소량이 전년 대비 15%였던 것에 비해도 급격한 감소세다. 올해가 바로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분기점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후지필름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촬영되는 사진은 연간 1조6000만장에 이른다. 디지털카메라를 포함한 스마트폰 이외 디바이스가 전성기 때 연간 찍어낸 1000억장에 비해 현격히 높은 수치다.

◇저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종말…구조조정 시작

디지털카메라 업계는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 콤팩트 카메라 라인을 없앤다. 후지필름·파나소닉·올림푸스는 제품 라인을 프리미엄 중심으로 구조조정하고 생산라인과 모델 수를 줄인다.

후지필름과 파나소닉은 제품 개수를 줄이고 생산 라인을 축소한다. 후지필름은 저가 신제품 출시 모델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파나소닉도 저가 모델 라인을 줄이면서 향후 3년내 카메라 사업 고정 비용을 60%까지 낮추겠다고 선포했다.

다나카 히로시 후지필름 부사장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카메라 업계는 시장 변화를 직시하고 있다”며 “(카메라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후지필름은 대신 즉석 카메라 시장에서 `인스탁스` 판매에 집중해 올해 25% 늘어난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스마트폰에 대응해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카메라 신기능 개발은 줄을 잇는다. 캐논이 이달부터 판매하는 G시리즈 최신작 `파워샷 G16`은 와이파이 기능을 갖췄다. 와이파이로 트위터, 페이스북, 플리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쉽게 사진을 올리거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캐논 관계자는 “대형 이미지 센서와 새 영상처리 프로세서를 통해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고화질을 지원한다”고 자부했다.

고기능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소니는 올 1분기 판매된 디지털카메라 대당 가격이 20% 가까이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올해 카메라 출하량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장비부터 반도체장비까지 `신사업` 러시

카메라 기업은 응용해 확대할 수 있는 신사업을 확대한다. 고급 렌즈·영상처리 기술을 접목한 의료 사업이 대표적이다. 캐논은 지난해 네덜란드 의료 솔루션 전문 기업 델프트DI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방사선 촬영 기술과 진단 장비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올해 사무기기 제품군 사업도 확대, 수익성이 높은 컬러 복합기 매출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다.

올림푸스는 미국 브루클린파크에 300여명 이상 임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의료기기 연구소를 열었다. 앞서 지난 4월엔 소니와 광학기술을 접목한 의료장비 벤처 `소니 올림푸스 메디컬솔루션`을 설립했다. 파나소닉도 콤팩트 카메라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생활가전을 비롯한 다양한 가전 영역을 늘리고 있다. 후지필름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리소그래피 장비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선택은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1억200만대에 머물 전망이다. 2010년 정점을 찍었던 1억4400만대보다 30% 떨어졌다. 저가 콤팩트 디지털 기기 출하량만 따지면 올해 8000만대에 그쳐 3년 전 1억3200만대보다 39% 줄어든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