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기반 지원 사업, 줄줄이 예산 삭감

반도체 생태계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설계 툴(tool)을 지원하는 기반 기술 지원 예산이 줄줄이 삭감됐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주요한 토양 역할을 해 온 사업이지만 성과 중심 주의, 상용화 우선 원칙에 밀린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는 내년 예산안을 40% 축소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 융합 R&BD센터 역시 예산이 대폭 줄었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던 기관들의 예산이 줄줄이 줄어들면서 시스템반도체 산업 근간을 육성하는 데 적신호가 켜졌다.

IDEC은 올해까지 DTV 수신칩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경험(UX)을 융합한 기술과 지능형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국내 원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코어 설계자산(IP) 개발 사업도 진행해 왔다. 이 센터 관계자는 “3년간 지원받아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했지만 내년 예산이 뚝 끊기면서 3개 사업 중 2개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가 운영하던 인력 양성 사업도 예산이 부족해 대폭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SW-SoC 융합 R&BD센터가 지원하던 반도체설계자산(EDA) 툴 지원사업 역시 중단 위기에 처했다. 고가의 EDA 툴을 일괄 구매해 중소·중견기업 팹리스 업체에 R&D용으로 지원해 왔지만 이제는 추가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센터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 여력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장기간 투자한 지속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위한 신설 예산 책정액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속성상 꾸준한 지원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국책 사업이나 정부 지원 덕분에 그나마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