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비 원가정보공개 청구소송 취하 절차에 들어갔다. 통신업계는 소송이 중지되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전망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시장경제에서 정치권이 민간 기업의 경영권까지 간섭할 수 있느냐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16일 관련부처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미래부는 2011년 참여연대가 제기한 통신비 원가정보공개 청구소송 항소심을 취하하기로 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정감사에 소송 취하 용의를 밝힌 뒤 취하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국감이 종료된 15일부터 소송취하를 위한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최 장관은 이달 14일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통신비 원가 공개 요구가 이어지자 “(정보 공개를 위한) 해당 소송의 항소를 취하할 용의가 있다”며 “취하, 자료제출 시기는 검토한 후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통신비 원가관련 자료제출 요구가 이어졌으나 미래부는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왔다.
미래부가 소송취하를 결정하면서 공은 이제 재판부로 넘어가게 됐다. 해당 소송은 참여연대가 원고, 미래부(구 방통위)가 피고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보조 참가자로 소송에 참여 중이다.
피고인 미래부가 소송을 취하하면 원고인 참여연대와 보조 참가자인 통신사만 남게 된다. 소송 진행 여부는 재판부에 달렸다. 피고가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정보공개로 통신사 이익 침해가 우려된다고 판단되면 소송이 진행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종료된다.
미래부는 소송이 중지되면 곧바로 국정감사법에 따라 통신비 원가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송이 계속된다면 국회 자료제출 여부는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취하는 정부와 기업활동을 제한한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 재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방통위 시절 일부 정보공개를 명한 1심 판결에 의거해 통신사 영업보고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등 통신비 총괄원가 산출이 가능한 자료를 참여연대 측에 제출했다”며 “인가신청서 등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통신요금 단가를 추정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영업비밀까지 공개해 무장해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OECD가 최근 발표한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비는 사용량 기준 중위권이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기업 핵심적인 경영과 영업상 비밀이 경쟁사에 무방비로 노출돼 기업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며 “민간기업 핵심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마치 기업이 심혈을 기울인 특허나 제품 설계도면을 공개한 채 경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은 통신사뿐만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에도 스마트폰 제조원가 공개를 요구 중이다. 통신사 원가가 공개되면 선례로 남아 제조사에도 원가 공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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