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발 불확실성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의 극적인 부채 한도 협상 타결로 국가부도 사태 위기를 일단 넘겼다. 미국 단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아시아를 비롯한 각국 증시가 상승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실물 경제 위기다.

협상을 타결했지만 미국 재정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이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진정됐다는 정도이지 해소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유예 기간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실물 경제 위축이다. 이미 잔뜩 움츠러들었다. 셧다운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번지자 미국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지갑을 닫았다. 대량 해고 위험성 속에 소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중국과 같은 나라로선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고 중국이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월 추수감사절로 시작하는 미국 연말 특수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당분간 미국 소비 심리를 부추길 호재도 없다. 늘 4분기에 방점을 찍은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를 보전할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 시장 공략에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실물 경제 위축이 우리나라까지 올 수도 있다. 최근 우리 주식 시장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지만 외국인 이탈 가능성은 되레 높아졌다. 금융 시장까지 위축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실물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정부는 이 상황까지 대비한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 실물 경제를 활성화할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적인 재정 확대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정치권 협력도 절실하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만큼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복지보다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여야 협상 타결이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우리가 다가올 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를 놓치면 더 큰 경제 위기가 기다린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