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웠다. 생일은 한 생명이 탄생하는 단순한 날이 아니라 일생일대의 가장 의미심장한 사건임을. 나는 배웠다. 내가 태어나 숨을 쉬고 아직도 심장이 뛰고 있으며, 색다른 생각을 하는 뇌가 살아 있으며, 손발을 움직여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해야 할 일임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존재와 존재가 만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또 다른 존재가 탄생하는 날임을. 나는 배웠다. 나의 탄생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의 알림이며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날임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내가 세상에 태어남뿐 아니라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음이 경이로운 기적이고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임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일생을 통해 무엇을 위해서 어디로 달려가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미래를 전망하고 구상하는 날임을. 나는 배웠다. 생일이 반복되지만 작년의 생일은 오늘의 생일과 다르며, 오늘의 생일은 내년의 생일과 또 다름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반복되지만 그냥 되풀이되는 생일이 아니라 작년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시 태어나는 생일을 반복해서 맞이함을. 나는 배웠다. `생일`을 뒤집으면 `일생`이 되고, `생신`을 뒤집으면 `신생`이 되기 때문에 가끔은 우리가 쓰는 말을 뒤집어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보면 우리가 쓰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숨겨 있음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일생` 동안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는 의미고 `생신`은 나이를 더 먹어서 존경을 받으니 다시 태어나는 `신생아`처럼 일일신우일신하라는 의미라는 점을.
나는 배웠다. 생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신으로 바뀌고 생신은 다시 탄생에서 점차 죽음으로 다가가는 길임을. 나는 배웠다. 생일날 삶은 살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점을. 나는 `생일`을 뒤집어서 탄생되는 `일생`을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아직도 배우고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