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페어팩스컨소시엄 외 5~6개 업체가 잠재적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가운데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준비하는 아마존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저널과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레노버가 최근 블랙베리 인수 사전작업으로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공개 약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장부 내용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장부 검토 후 문제점이 없다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양사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노리는 레노버는 일찍부터 블랙베리에 관심을 보였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블랙베리 인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블랙베리 주가가 14%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레노버는 세계 PC시장 1위 업체다. PC시장 침체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한다. 중국에서는 2위까지 올라섰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직 삼성과 애플과 격차가 크다.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스마트폰 사업 확대를 추진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다.
외신은 블랙베리 인수로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 규모를 키우고 블랙베리를 PC와 동시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에 성공하면 중국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전했다.
블랙베리는 레노버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와 시스코, 인텔, 구글, SAP에도 인수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보안업체 소스파이어를 인수한 시스코가 모바일 보안 강화를 위해 블랙베리마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블랙베리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더글러스 프레긴도 공동 인수 제안을 준비 중이다. 포브스는 아마존도 잠재적 인수 업체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6월부터 HTC와 다양한 스마트폰 모델 개발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구글이 HTC를 압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구글은 지난해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에이서를 압박해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철회하도록 했다. 에이서가 알리바바가 개발한 `알리윈` 운용체계(OS) 기반 스마트폰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관련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HTC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이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파이어OS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블랙베리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앞서 블랙베리는 지난 8월 47억달러(약 5조원)에 캐나다 보험사 패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에 회사를 매각하는 사전계약을 체결했다. 내달 4일까지 실사작업이 진행되지만 블랙베리는 이 기간 다른 기업과 접촉할 수 있다. 페어팩스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레노버 개요 및 블랙베리 인수 가능성
자료:외신 취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