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모바일로 들어오는 바이오 인식 기술

제임스 본드 같은 첩보원이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기술이 있다. 바이오 인식 기술이다. 금고를 열거나 건물에 몰래 잠입할 때 지문, 음성, 홍채 등 다양한 인식 방법을 사용한다.

그간 바이오 인식 기술은 첩보 영화에서처럼 건물 보안이나 금고 암호 등으로 주로 쓰였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이 들고 다니는 모바일 스마트기기로 영역을 넓혔다. 이메일 송수신부터 금융거래, 문서 작성에 이르는 모든 것이 손바닥 위에서 가능해지자 이에 따른 보안체계 강화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생체 인식으로도 불리는 바이오 인식은 종류가 다양하다. 지문, 손 모양, 얼굴, 홍채, 망막, 정맥 같은 신체적 특성을 이용하기도 하고 행동학적 특성인 서명, 음성, 걸음걸이 등으로 사용자를 인증하기도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 인식 시장 규모는 2011년 54억달러를 기록한 후 연평균 20% 가량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인식 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35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바이오 인식 기술은 차세대 유망 기술로써 보다 보편화된 솔루션으로 개발돼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이오 인식 기술이었다. 팬택, 후지쯔 등 단말기 업체가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한데 이어 애플이 아이폰5S에 에어리어 방식 지문인식 센서를 적용하며 세계 스마트폰 지문인식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문인식 외에도 다양한 바이오 인식 기술이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구글이 상용화했던 얼굴인식은 물론 홍채인식 기술까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지문인식을 탑재하지 않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단말기 제조사의 차기 스마트폰에 어떤 바이오 인식 기술이 채택될지 주목된다.

스마트폰에서 바이오 인식 시술은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 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파는 등 결제 행위에 쓰인다. 애플이 앱스토어 내 결제 시 비밀번호를 지문인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 다날이 소액결제 시 지문인식을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바이오 인식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 계좌정보 등 금융 거래와 멤버십 관련 서비스 거래까지 가능하도록 발전할 전망이다. 지문인식 솔루션 업체 크루셜텍 황진철 이사는 “바이오 인식 기술이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밀번호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모바일 기기 바이오 인식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문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올해를 기점으로 모바일 바이오 인식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코드리서치는 관련 시장이 2012년 3억달러에서 오는 2015년 6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제 온라인 보안 인증 컨소시엄 FIDO(Fast IDentity Online)를 구성했다. 단말기 제조, 운용체계 개발 업체 등 회원사들이 서로 협력해 바이오 인식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결제 기술 표준 개발 등이 기대된다.

바이오 인식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개인 정보 무단 사용과 개인 고유의 바이오 정보가 모바일 기기에서 안전한지 등이 걱정된다는 의견이다. 모바일 단말기 업체와 바이오 정보 인식 센서 제조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이 정보보호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 바이오 정보 적용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