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1년만에 일본 수출 탄력…한일간 경쟁 격화

작년 9월 엔저가 시작된 이후에도 감소세를 지속하던 일본의 수출이 올 7월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합품목의 수출이 대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한·일 간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일본 수출(엔화 기준)은 작년 동월 대비 6.3%의 반짝 성장세를 보인 뒤 2월 -2.9%, 3월 1.1%, 4월 3.8% 등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이 때까지만해도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에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으나,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10.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6월 7.4%, 7월 12.2%, 8월 14.6% 등으로 매달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기준 역시 엔저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줄면서 수출증가율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최근 들어 수출물량 확대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철강, 자동차 부품 등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

연구원은 `엔화 평가절하→달러 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 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1∼8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HS 6단위 기준)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 수는 55개로 작년(49개)에 비해 6개 증가했다. 이들 품목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의 대 일본 수출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엔저 현상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의 한·일 간 경쟁에 미칠 영향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