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채용박람회장. 양복을 차려입은 직원 3명이 007가방을 꺼내든다. 가방을 열자 은행이 차려진다. 통장과 카드 신규 발급은 물론이고 온갖 금융 거래서 작성과 스마트뱅킹 이용까지 원스톱으로 끝낸다. 몇 분도 안돼 카드 발급 신청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IBK기업은행이 채용박람회때 선보인 `포터블 IBK` 마케팅 현장이다. 창구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은행이 변하고 있다. 스마트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IT를 활용한 `포터블` 브랜치 경쟁이 시작됐다. 포터블 브랜치는 은행 창구에서 처리하던 업무를 IT기기 하나로 처리해주는 이동형 고객지원 서비스다. 007 가방 크기만한 포터블 기기 하나로 은행 업무를 현장에서 처리해준다. 최근 차량 등을 이용해 이동형 점포를 선보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동형 IT기기로 은행 창구를 대신해주는 `포터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기업은행이다. 지역본부에 31대, 본점 5대의 `포터블 IBK`를 갖춘 기업은행은 지난 8월 서비스 강화를 위해 개인고객부에 미래고객팀을 만들었다. 박람회와 학교, 군부대 등 다수 미래 고객이 모여 있는 장소에 방문해 포터블 기기를 통한 신규 고객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군부대 마케팅팀도 별도로 구성해 운영 중이며, 올해 포터블 기기로 유치한 실적은 지점 못지 않다. 기업은행은 올해 총 2931회에 걸쳐 포터블 현장 마케팅 작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신규 계좌 발급 4만9143건, 카드 발급 1만7984건, 스마트금융 가입 5만80건의 실적을 거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매년 개인 고객 1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는데, 포터블 기기를 통한 유입 고객이 증가하면서 목표 달성을 상회하고 있다”며 “올해 스마트금융 가입자 120만명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포터블 IBK를 확대해 영업점 내 하이브리드 단말기를 융합한 `팝업 브랜치` 사업을 구상 중이다. 미래 고객뿐 아니라 내점 고객에게도 편리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내년 1분기 내 포터블 기기 확충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마트 신청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농협도 오는 12월 `NH 포터블 킷`으로 명명된 포터블 브랜치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 중이며, 후지쯔와 웹케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주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준비를 거쳐 12월부터 운영 예정”이라며 “연말 서울과 경기지역에 4대를 운영하고, 내년 1분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전국 영업본부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각 지역별 영업본부를 통해 운영과 관리를 강화하고, 영업점에서 포터블 기기 사용을 신청하면 지원해주는 형태다.
군부대는 물론이고 병원 등 대형 고객군을 중심으로 지역을 연계한 사업에 포터블 기기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20여개 본부부서를 통해 `이동식 하나은행`이라는 포터블 기기를 활용,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방 고객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안성도 강화했기 때문에 젊은층 잠재고객의 효과가 좋다”며 “대형 프로모션 현장이나 특정 집단 대상의 B2B 마케팅 툴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우리, 신한, 외환, 부산은행 등도 별도 포터블 브랜치 사업에 나서며 격전을 예고했다.
[표] 포터블 IBK 추진 실적(2013년 1월~9월) 자료-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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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