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폭시수지 시장 재편, 전통 소재 산업도 아시아로 이동

미국 화학 소재 업체들이 장악했던 에폭시 수지 시장에서 다우케미칼·모멘티브가 감산하거나 철수하면서 동북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일본 외에는 소재 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한국·중국이 제조업 성장을 발판으로 소재 산업 투자를 늘리고 있어 시장 패권도 동북아가 쥘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다우케미칼은 최근 미국·유럽·일본의 에폭시 수지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중국에서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남은 물량을 한국으로 돌려 경북 구미 공장에서 증산에 들어간다. 역시 미국 업체인 모멘티브는 최근 에폭시 수지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기로 했다.

이에 반해 국내 업체인 국도화학은 현재 연간 약 33만톤인 생산량을 오는 2015년까지 44만톤으로 늘린다. 하진켐텍도 이 기간 연산 3만5000톤의 생산 능력을 17만5000톤으로 증산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은 현재 연산 19만8000만톤에서 이맘때까지 34만6000만톤으로 2배 가까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화학 소재 업체들이 에폭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 여파로 건설업과 도료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에폭시 수지는 건축물 내외장 코팅재나 방수재, 실란트 등에 주로 사용돼왔다. 자동차·선박용 도료 역시 큰 시장이다.

건설·자동차·선박 등 전통 산업은 성장세가 주춤한데 반해 전자산업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인쇄회로기판(PCB), 반도체 소재인 에폭시몰딩컴파운드, 성형재, 절연재, 방열재 등에 에폭시 수지가 쓰인다. 전자산업의 거점인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대만 수요가 늘면서 이 지역 에폭시 수지 시장 역시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방열 기능, 경화제 등 특수 에폭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업계의 최근 이 분야 연구개발(R&D)이 활발하다. 국내 중소기업인 신아티앤씨는 연성동박적층판(FCCL)·메탈동박적층판(MCCL)에 쓰이는 특수 에폭시 수지를 개발해 매년 갑절 성장해왔다. 국내 에폭시 수지 업체들은 더 나아가 자동차·비행기용 경량화 소재도 개발 중이다. 국도화학과 신아티앤씨는 경량화 소재인 탄소섬유 외부를 1∼2초 내에 경화시키는 경화제를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학 소재 업체들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에폭시 수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