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압수수색에 출금까지 검찰 확신 가진듯…이 회장 거취 분수령

검찰100여명 동원 압수수색…이 회장 거취 분수령

퇴진설에 휘말려온 이석채 KT 회장의 거취 문제가 이번 검찰 압수수색으로 분수령을 맞았다. 이 회장 수사가 검찰의 정식 기소와 구속으로 이어지게 되면 KT 경영은 `CEO 리스크`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대규모 이동통신 가입자 이탈로 비상이 걸린 KT로서는 설상가상의 처지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에 압수수색에도 특별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되면 이 회장은 그간 의혹을 떨치고 다시 조직 장악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T 한 관계자는 “이 회장 거취 논란 이후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당분간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불가능해 경영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 안팎에서는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이 회장 배임혐의에 상당한 확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10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다. KT 본사와 계열사뿐만 아니라 임직원 자택 등 무려 16곳을 한꺼번에 수색 대상으로 삼은 것도 수사의 무게를 더한다는 분석이다.

KT 한 임원은 “회사 임원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회장과 경영진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이유는 참여연대가 올해 초부터 제기한 100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업무상배임혐의`의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을 통해 `8촌 친척뻘인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이 운영하던 아헤드코리아라는 회사와 KT가 공동으로 2009년 말 콘텐츠 회사를 설립한 다음에 KT 계열사(KT OIC)로 편입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유 전 장관에게 수억원의 이득을 주고 KT에는 6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이버 MBA 사업, 스마트애드몰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회사에 수백억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2010년부터 KT 사옥을 헐값에 매각해 8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추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KT는 참여연대 고발에 대해 그동안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한 사업”이라며 맞서왔다. 하지만 이번 검찰 압수수색으로 KT의 주장이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KT 계열사 임원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사옥 매각 건은 대부분 더 이상 값이 오르지 않는 유휴 부동산을 정리한 것”이라며 “외부에 알려진 것과 같이 헐값으로 판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을 비롯해 김홍진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이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경영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월에는 사내방송을 통해 “회사가 무너져가는데도 밖에서 중상모략을 하고 태연하게 임원 행세를 하는 자들이 있다”며 “이들에게는 총부리를 대고 밖으로 나가라고 해야 한다”며 반대파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의 `강공`이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이번 주말부터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참석해 르완다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검찰은 이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압수수색이 이 회장을 향한 정권의 종합적 불신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는 교체설에 시달려왔다. 정권 교체기마다 KT 경영진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바뀌어온 전례가 있는데다 이 회장의 낙하산 인사, 부실 경영 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CEO 거취 논란이 심화되는데다 외부 영입인사와 기존 직원 간 불협화음으로 이동통신시장에서 가입자가 50만명이나 이탈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남중수 전 사장에 이 회장마저 불명예 퇴진하게 되면 민영기업인 KT가 여전히 정권의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야당도 이 회장 퇴진을 적극 주장해온 상황이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