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강한 중소기업 육성과 중산층 복원

[소재부품칼럼]강한 중소기업 육성과 중산층 복원

한국경제가 글로벌 위기를 헤치고 소득 2만달러 정체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 환경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그 중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중산층 복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강소기업 육성이 근혜노믹스의 한 축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강한 중소기업은 독일의 경우처럼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히든챔피언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는 다양한 방식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입맛에 맞춘 정책 기조나 과거 정책을 답습한 땜질식의 처방으로는 효력이 없다. 정책 입안과 추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성과 중심의 정책이 구현돼 통계 수치상이 아니라 실제 정책수혜 대상인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국내 중소기업과 새로운 벤처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강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우리나라 산업은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로 상당수 구성돼 있다. 생계형과 고부가가치형 업종 간 일자리 질에 대한 양극화 현상도 심하다. 시대상황에 맞도록 관련 규제의 철폐와 병행해 가장 큰 약점인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제고돼야 한다. 해외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 및 해외 인지도를 통한 세계시장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열악한 환경의 개선 없이는 정부가 아무리 우수한 정책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단지 단임 정부 임기 동안 일시적으로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 환경에 적합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도의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강한 중소기업이 육성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사업 영역의 확장보다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세계지식포럼에서도 제시된 것처럼, `창조적 기술`과 적과의 동침이랄 수 있는 글로벌 기업과의 `코피티션(cooperation and competition: 협력과 경쟁)`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제품의 첨단성과 우수성만으로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 이외에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새로운 서비스가 가치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과 기술의 융합 등을 통한 창조적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전통적 제조업을 벗어나기 위한 가치혁신형 소재, 인체공학적 설계, 사용자 편의성 서비스 등을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는 제품의 생산 규모가 아니라 세계시장 지배력과 가치창조 잠재력이 승부가 될 것이다. 또 저출산, 고령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신산업의 출현과 수요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된다.

전 세계 2700 여개의 히든챔피언 중소기업 중 독일이 1300여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20여개 수준으로 독일의 50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육성은 중산층 복원 뿐 아니라 대외적 변화에도 강하게 버틸 수 있는 경제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무늬만 혁신기술인 경우를 반드시 걸러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독보적인 차별화된 기술, 이러한 기술의 융합화, 새로운 제품의 상용화, 그리고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세계시장의 확보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전략 마련으로,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두터운 중산층이 경제 주역을 담당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lclab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