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신 KAIST 교수(화학과)는 `접착` 전문가다. `붙어 있는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다. 전문용어로 연구 분야는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라 부른다. 생물체 움직임에 착안한 역학과 생물체가 만들어낸 물질을 연구하는 화학과 재료과학, 세포와 조직 내 현상을 규명하는 생물학을 망라한 종합과학이다. 이중 이 교수는 접착(adhesion)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모든 생물체와 세포는 `붙어야` 살기 때문에 바이오미메틱스에서 접착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접착은 표면의 성질을 바꿔주는 특성 때문에 의료·에너지·환경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홍합 접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홍합은 물속에서도 접착성이 우수할 뿐 아니라 다양한 표면에서도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그가 홍합의 접착성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3년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박사과정에 있을 때다. 당시 지도 교수와 부러진 치아를 접착할 수 있는 재료를 찾던 중 홍합 껍데기에 있는 물질이 접착력이 뛰어나다는 걸 발견했다. 이후 그는 홍합과 접착 연구에 매진했다. 마침내 2007년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홍합과 도마뱀 접착 방식을 활용해 물속에서도 쓸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해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성과를 인정 받아 그해 12월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우수과학자에 뽑혔다. 2008년에는 NASA(미 항공우주국)가 주는 `창의 상(inventor award)`도 받았다.
2년 연속 KAIST 우수 강의상(2011년)과 청암 신진학술상(2011년), KAIST 신지식인상(2012년), KAIST 공동연구상(2013년) 등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연구한 성과를 의료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지혈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독창적 신물질을 이용해 만든 의료용 제품이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면서 “2015년이나 2016년에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